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가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종식하기 위한 '대주주 경영공동체' 안을 제안했다.
7일 임 이사는 송영숙·임주현·임종훈 등 오너가 일가와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대상으로 통일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영공동체 결성 선언' 초안을 관계자를 통해 공개했다.
이 초안에 따르면 대주주 경영공동체 구성원들은 주주총회 및 회사의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다를지라도 항상 통일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 여기에 포함되는 사안으로는 ▲자본구조 변경 ▲인수합병(M&A) 및 매각 ▲고위 경영진의 임면 ▲그 외 모든 경영권 변경에 관한 사항과 회사의 중대한 업무 집행 사항 등이 명시됐다.
의결의 방향은 각자가 보유한 지분율에 따른 비례 투표 방식으로 결정된다. 이 같은 의결은 디지털 방식 등을 통해 결의안 상정 후 전자투표 등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회사 주식을 매각하고자 할 때는 경영공동체 소속 주주들에게 우선 매수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고, 협약을 위반할 경우 표결을 통해 경영공동체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도 적었다.
이 같은 제안은 최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신 회장이 결성한 3자 연합이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장악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면서 잦아드는 듯 했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촉발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3자 연합은 임시주총을 통해 현재 정관상 최대 10명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을 12명으로 늘리고, 신규 이사 3인을 추가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형제 측 5명, 연합 측 4명인 이사회 구도를 연합 측 7명, 형제 측 5명으로 뒤집어 우위를 점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회사의 정관 변경은 주총에 참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 66.7%가 넘는 지지를 받아야 가능하다.
이 때문에 현재 3자 연합 측이 48.17%로 과반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형제 측도 29.07%로 소액주주 지분 중 일부만 확보하면 되는 상황이어서 어느 한쪽도 주총에서 승리를 다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만큼 임 이사도 재차 주총을 열어 다시 경영권 분쟁을 확대하기보다는 5자 연합을 구성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임 이사는 "경영공동체 협의서를 통해 적대적 M&A 세력의 시장 혼란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특별결의. 정관변경 등 중요한 내용에 대해 신속한 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임주현 부회장이 임종윤 이사를 상대로 제기한 대여금 266억원에 대한 반환소송과 관련해 채권 보전 조치로 낸 가압류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임 이사 소유의 한미사이언스 주식과 토지가 가압류되는 등 갈등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이 같은 제안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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