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 반도체 산업 혁신을 주도할 p형 반도체 소재와 이를 활용한 박막 트랜지스터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하 ETRI)은 텔레륨(Te) 기반의 칼코지나이드계 p형 반도체 소재를 활용해 상온 증착이 가능하면서도 공정이 단순한 p형 Se-Te(셀레늄-텔레늄) 합금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특히 ETRI는 n형 산화물 반도체와 p형 Te의 이종접합 구조에서 Te 박막의 전하 주입 제어를 통해 n형 트랜지스터의 문턱전압을 체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함께 개발해 활용도를 높였다.
반도체는 도핑 여부에 따라 진성 반도체와 불순물 반도체로 구분된다. 이중 진성 반도체는 불순물을 첨가하지 않은 순수 반도체로 분류된다. 또 반도체에 흔히 사용되는 실리콘은 전자가 움직일 수 없기에 전압을 걸어도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진성 반도체는 특정 불순물을 첨가해 반도체의 특성과 전기 전도도를 조절·활용하게 된다. 이때 불순물 반도체는 첨가된 불순물에 따라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로 구분된다.
현재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는 소재는 인듐갈륨아연산화물(IGZO) 기반의 n형 산화물 반도체다. p형 산화물 반도체는 n형 상화물 반도체 대비 전기적 특성과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p형 저온다결정실리콘(LTPS)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고비용에 기판 크기의 제약 등 한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고해상도 디스플레이(SHV급(8K*4K)급)의 해상도에서 240Hz 이상의 주사율이 요구되면서, p형 반도체 개발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기존 디스플레이에 주로 활용돼 온 n형 반도체 기반의 트랜지스터만으로는 높은 주사율의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같은 이유로 n형 특성에 견줄 수 있는 p형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게 현장 실정이다.
이에 착안해 ETRI 연구진은 Te에 Se을 첨가(채널 층의 결정화 온도를 높여)해 상온에서 비정질 박막을 증착한 후 후속 열처리로 결정화한 p형 반도체를 개발했다. 이 반도체는 이동도의 개선과 기존 트랜지스터 대비 높은 온·오프라인 전류비 특성을 확보하는 게 가능하다.
ETRI 연구진은 Te 기반의 p형 반도체를 n형 산화물 반도체 박막 위에 이종접합 구조로 도입하였을 때, Te의 두께에 따라 n형 트랜지스터의 전자의 흐름을 제어해 n형 트랜지스터의 문턱전압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특히 패시베이션 층 없이도 이종접합 구조에서 Te의 두께를 조절, n형 트랜지스터의 안정성을 개선했다.
ETRI 연구진은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향후 고해상도와 저소비전력을 동시에 충족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P형 반도체는 비단 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반도체 산업에서의 활용도도 뛰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가령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은 현재 반도체의 집적도를 증가시키는 미세공정을 개발하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가 반도체 집적도 증가가 한계에 달했다고 분석한다.
이에 업계는 최근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쌓는 적층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실리콘 관통전극(TSV)은 대표적인 적층 방식으로 여러 개의 웨이퍼를 쌓은 후 구멍을 뚫어 전기적으로 연결한다. 이를 통해 기판 위의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소비전력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공정비용이 비싸고, 수율이 낮은 등의 문제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러한 관점에서 ETRI 연구진이 개발한 n형 산화물 반도체와 Te 기반의 p형 반도체 이종접합 박막 트랜지스터 및 p형 반도체 소자는 300℃ 이하의 공정으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 M3D 상용화를 앞당길 촉매제가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개발 성과는 ‘미국화학회(ACS) 응용재료 및 인터페이스’에 4월과 지난달 각각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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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행 ETRI 플렉시블전자소자연구실 책임연구원은 “ETRI의 연구 결과는 향후 OLED TV와 확장현실(XR) 기기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는 물론 초저전력 상보형금속산화 반도체(CMOS) 회로 및 DRAM 메모리 연구 등에 폭넓게 활용될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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