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최고위원 후보 득표율 1위
李 물밑 지원 김민석 후보 4위 그쳐
권리당원 50% 반영 결정적 변수
추미애 의원의 국회의장 후보 탈락으로 촉발한 더불어민주당의 당원권 강화가 최고위원 경선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막말 파문으로 4·10 총선에서 공천 배제된 정봉주 전 의원이 최고위원 순회경선 투표 1위를 달리면서다. 이런 추세가 8·18 전당대회까지 이어지면 수석최고위원은 정 전 의원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강성 당원을 달래기 위한 당원권 강화가 되레 '이재명 2기' 체제의 예상치 못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21일 양일간 제주·인천·강원·경북·대구에서 진행한 '최고위원 순회경선 권리당원 투표' 결과 정 전 의원은 누적 득표율 21.67%로 후보 1위를 기록했다. 이재명 전 대표가 물밑에서 지지해온 4선 김민석 의원은 12.59%로 4위에 그쳤다.
최근 변경한 예비경선 룰이 정 전 의원에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최고위 예비경선은 100% 중앙위원 투표로 선출됐다. 하지만 이번 경선부터 권리당원과 중앙위원 비중을 각각 50%씩 부여했다. 추 의원이 의장 후보에서 탈락한 원인이 원내 '샤이 비명(비이재명)'에 있다고 판단해 친명(친이재명) 강성 당원들의 권리를 강화해 '명심(이재명의 의중)'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문제는 권리당원의 의견이 당 지도부와 온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 전 의원은 강성 당원들로부터 상당한 세를 얻고 있다. 그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당 전면에서 대여 공격수로 활동한 것에 점수를 주기 때문이다. 다른 최고위 후보들보다 "정 전 의원이 정부·여당과 더 잘 싸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 지도부는 믿었던 당원들의 표심에 난색을 보였다. 당장 정 전 의원이 수석최고위원에 당선될 경우 이재명 당대표 연임 시 바로 옆자리에서 활동한다. 지도부는 정 전 의원의 과거 막말 파문, 성비위 논란 등을 부담스러워한다. 총선에서 공천을 배제한 이유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의원은 "정 전 후보가 (수석최고위원이) 될 경우 차기 지도부의 정당성을 공격하는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 역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김민석 후보에 대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공개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 전 대표의 온라인 팬 커뮤니티 '재명이네 마을'에서도 "이 (전) 대표의 시그널을 파악하자"며 당원들 회유에 나섰다. 정 전 의원은 자신을 향한 당내 불편한 시선을 의식한 듯 "네거티브한 내부총질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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