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국 회장 "전문경영인 체제로 개편"
경영권 분쟁 장기화에 소액주주들 반발
증권가 "거버넌스 문제 해소되면 주가 회복 기대"
한미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며 핵심 사업 회사인 한미약품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올해 내내 계속된 거버넌스 문제가 주가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견조한 실적과 기업 가치는 변한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 발생할 수 있는 변동성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영권 중재 '키맨' 신동국 회장 "전문경영인 체제로 간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10분 기준 한미약품은 전 거래일 대비 0.99% 내린 30만1000원에 거래됐다.
한미약품의 주가는 한미그룹 오너 일가 모녀(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와 형제(임종윤 한미약품 사내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간 경영권 분쟁이 있었던 지난 3월 주주총회 이후 계속해서 하락했다. 그러다 최근 송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퇴진하고 경영권 분쟁 해결의 '키맨'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한미그룹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재편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한미약품의 주가는 지난 10일 하루 동안 6%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지난 3일 한미그룹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이자 한미사이언스의 개인 최대 주주인 신 회장은 송 회장, 임 부회장의 일부 지분을 매수하는 주식매매 계약 및 의결권공동행사 약정을 체결하며 모녀의 손을 잡았다. 앞서 신 회장은 형제 편을 들며 지난 정기 주주총회에서 형제가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형제 경영 이후 끊임없이 나오는 지분 매각설 등에 실망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그룹 모녀와 신 회장은 의결권공동행사 약정 공시 후 "기존 오너 중심 경영 체제를 쇄신하고 현장 중심의 전문 경영인 체제로 재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송 회장은 퇴진을 알리는 입장문에서 "한미 지분을 해외펀드에 매각해 한미 정체성을 잃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게 저의 확고한 신념이자 선대 회장님의 뜻을 지키는 길"이라며 "이를 위해 저와 신 회장님이 찾은 최선의 방안이 이번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지난 10일 임 이사 측은 신 회장과의 공동 입장이라며 "가족 간 불협화음이 극적으로 봉합됐다. 두 형제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책임경영과 전문경영, 정도경영을 하이브리드 형태로 융합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내용을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지만, 신 회장은 한 매체를 통해 "형제와 뜻을 모아 화합하기로 한 것은 맞다"면서도 그것이 형제의 경영 참여를 논한 것은 아니며 세부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속 터지는 소액주주들…증권가 "경영권 문제 해결되면 주가 회복 기대"
한미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는 모양새에 소액주주들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주총회에서 형제 측을 지지했던 약 1200명의 소액주주는 창업가 세 남매에게 만남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오너 일가와의 만남을 통해 그동안 진전이 없던 주주환원책 등 소액주주 관련 대책에 대해 향후 계획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증권가에선 한미그룹에 경영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견조한 실적과 연구개발(R&D) 모멘텀 역시 상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민환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지속된 경영권 분쟁이 주가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면서도 "그러나 영업 실적이 계속 성장하는 국내 대표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작용제 개발사라는 펀더멘털은 변한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수의 R&D 모멘텀을 앞두고 재정비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 해결의 조짐이 보이는 시점에서는 주가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 이후 한미약품의 주가는 바이오 섹터가 호조를 보일 때도 흐름이 부진했다"며 "그러는 동안 사실 한미약품의 기업가치는 상승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거버넌스 문제로 인한 주가 하락은 과다하다"며 "로수젯, 아모잘탄 등 고수익 품목의 성장과 자회사의 영업이익 개선 등 본업은 견조하다"고 분석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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