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부터 1992년까지 치러진 대학 학력고사의 응시생은 매년 100만명 안팎에 달했다. 1971년생부터 1974년생인 이들은 1990년대 초반에 대학에 입학했고,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던 시기에 대학을 졸업했다. 20대에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해외 어학연수와 배낭여행을 다녀온 첫 세대다. 지금은 50대 초중반의 나이다. 전체 인구 피라미드에서 가장 두껍다.
이들과 함께 직전 연령대인 1964년생부터 1970년생까지를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라고 부른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인구는 약 954만명이다. 전체 인구에서 18.6%를 차지한다. 1964년생은 올해 60세를 맞아 법정 정년을 채웠다. 이들을 시작으로 앞으로 10년간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줄줄이 직장을 떠난다.
이들의 은퇴는 곧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로 이어진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대에 연평균 32만명, 2030년대에는 50만명씩 줄어들 전망이다. 앞으로 5~6년간은 매년 진주시 인구(33만여명)와 맞먹는 사람들이, 그 이후에는 포항시 인구(49만여명) 규모가 생산현장에서 빠져나가는 셈이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퇴장은 산업현장의 인력 부족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은퇴 이후 소비성향이 급격히 약해지는 경향이 있는 만큼 소비 위축을 가속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의 역동성 저하는 경제성장률에 뚜렷이 반영된다.
한국은행의 ‘2차 베이비부머의 은퇴 연령 진입에 따른 경제적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60대 고용률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경우 향후 11년간 성장률은 연간 0.3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재취업 지원 등 고령자 고용에 적극적인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60대 고용률이 높아질 경우에는 성장률이 0.16%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저출생고령화가 필연적으로 가져올 저성장을 완화하려면 고령층이 생산활동을 더 유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일차적인 방법이다. 건강한 고령층은 청년층보다 업무 숙련도, 회사에 대한 충성심 등에서 경쟁력이 있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중장년층으로서는 국민연금 수령 시기인 65세까지라도 소득 공백을 막아야 빈곤한 노후의 첫 단추를 끼우지 않는다.
정부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업종이나 사업장의 상황을 무시한 채 획일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청년층에서는 ‘기성세대가 좋은 일자리를 독차지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 정년 60세조차 채우지 못하고 조기 퇴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정 정년을 늘리는 것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정년 연장보다 재고용을 활성화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퇴직자 재고용이 사업장에서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 고령층이 일할 수 있는 직무를 구분하고, 생산성에 따라 임금을 제공하는 방식의 임금 체계가 정착해야 재고용도 자연스레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령층을 인력정책의 핵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우리 현실에 적합한 재고용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들이 생산활동을 통해 임금을 받고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청년층의 부담도 줄여주는 길이다.
조영주 세종중부취재본부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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