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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보수 타이틀' 위한 ETF 치킨게임…운용업 생태계 훼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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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2위 일부 ETF 보수 낮춰
1억 투자시 수수료 1만원 미만
1위·최저 보수 '마케팅 키워드 싸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최저 보수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한 자산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ETF 시장 점유율 1~2위를 기록 중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일부 ETF 보수(수수료)를 인하하면서 보수 인하 논쟁에 불을 붙였다. 중소형 자산운용사는 이미 최저 수준의 보수만을 받는 상황에서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과도한 인하가 업계 생태계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부 운용사가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특정 ETF에 한해서 보수를 인하한 것을 두고 과도한 해석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최저 보수 타이틀' 위한 ETF 치킨게임…운용업 생태계 훼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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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장악 위한 마케팅 키워드 싸움

1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19일 'KODEX 미국 대표지수 ETF' 4종의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9%로 인하했다. 1억원을 투자했을 때 보수가 5만원에서 9900원으로 낮아진다는 의미다.


삼성자산운용은 보수를 인하해 개인 투자자의 연금계좌 내 장기 적립식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배당을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TR형 ETF는 분배금을 지급하는 PR형보다 상대적으로 장기 성과가 우수하다. 분배금을 자동 재투자하는 방식의 TR형에 최저 보수를 적용했을 때 장기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P500과 나스닥100지수 등 미국 대표지수 관련 ETF는 기관 투자가와 개인이 장기 투자 상품으로 선호하는 ETF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9일 'TIGER 1년 은행 양도성예금증서 액티브(합성) ETF'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8%로 낮췄다. 양도성예금증서(CD) 1년물 금리를 일할 계산해 매일 복리로 반영하는 ETF다. 단 하루만 투자해도 CD 1년물 1일 치 금리를 수익으로 받을 수 있다. 금리형 ETF는 주식형 ETF와 달리 기대 수익 변동성이 낮아 보수를 비롯해 기타 비용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지면서 금리형 ETF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보수 인하로 투자자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1년물 CD ETF는 대형사 2곳만 출시했다"며 "중소형 운용사와 경쟁하는 상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테마형 ETF로 보수 인하 경쟁이 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지수형과 파킹형 ETF 보수를 낮췄다는 것은 운용역 관여도가 낮은 패시브 상품에 제한적으로 적용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립식 투자를 통해 해외 상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려는 대형 운용사의 마케팅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순자산가치 총액 기준으로 국내 ETF 시장의 76%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점유율 39%로 37%를 기록 중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업계 1위 운용사와 업계 최저 보수는 경쟁이 치열한 ETF 시장에서 강력한 마케팅 키워드다.

'최저 보수 타이틀' 위한 ETF 치킨게임…운용업 생태계 훼손하나

ETF 시장 140조로 성장…상품 개발에 집중해야

ETF 시장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ETF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순자산가치 총액 기준으로 2014년 20조원을 밑돌았으나 올해 4월 140조원을 돌파했다. 공모펀드 시장 위축으로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했던 운용 업계는 ETF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양강 구도가 굳혀졌지만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 등이 공격적인 마케팅과 테마형 ETF를 앞세워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ETF 운용인력 몸값이 높아졌다. 투자자가 원하는 다양한 ETF 상품을 경쟁사보다 빠르게 출시하기 위한 비용도 증가했다. 보수 인하 경쟁이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인건비를 비롯해 고정비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투자자로부터 받는 보수가 감소하면 구조조정과 특색 없는 상품 출시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업의 본질은 적극적인 시장 리서치를 통해 좋은 상품을 만들고 장기 수익률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라며 "ETF 업계 선두권 운용사가 보수 인하 경쟁을 이어간다면 운용업 기반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산운용사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1.1%로 전년 대비 반 토막 났다"며 "이미 평균 ETF 보수가 수익을 포기한 수준인데 여기서 낮추는 것은 서비스 수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관계자는 "ETF 시장은 선점 효과가 중요하다"며 "브랜드 인지도가 시장 점유율에 주는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형 운용사가 장기투자 유도와 고객 수익률 제고라는 명분을 앞세웠다"면서도 "선례가 있었던 만큼 다른 운용사에서도 대표 상품에 대한 인지도 제고를 위해 '보수 인하'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TF가 현물 투자 대비 상대적으로 장기 투자에 적합한 저비용·저변동성 상품을 추구하는 한 보수 인하는 불가피한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보수를 낮추려는 노력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단순하게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한 과도한 인하는 업계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지만 보수가 단계적으로 낮아지면 시장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증권업계도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인하 경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생 증권사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2008년 신생 증권사는 공격적으로 수수료를 낮췄다. 당시 일부 증권사는 주식투자로 손실을 본 고객의 매도수수료를 면제해주기도 했다. 2010년에는 초기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시장 선점을 위한 수수료 인하 경쟁이 벌어졌다. 최근 해외 주식 투자자가 늘면서 미국 주식 수수료 면제 이벤트를 하는 증권사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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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보수 인하 경쟁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며 "800여개에 달하는 ETF 상품 가운데 일부 상품 보수 인하를 두고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케팅 경쟁도 좋지만 전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ETF 상품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은행 예금을 자본시장으로 끌고 올 수 있도록 운용 업계에서 선의의 경쟁을 할 때"라고 당부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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