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5~7월 8000편 운항취소에도 티켓 판매
'벌금 900억·고객 보상 180억원'에 합의
운항 취소가 결정된 후에도 해당 항공편 티켓을 계속 팔아 당국에 고발당한 호주 콴타스 항공이 벌금 및 보상금으로 1억2000만호주달러(약 1080억원)를 내고 소송을 마무리 짓는 것으로 당국과 합의했다.
6일(현지시간) 외신은 이날 콴타스항공과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가 콴타스 항공이 벌금으로 1억호주달러(약 900억원)를 내는 동시에 이른바 '유령 항공편' 티켓을 예약했다가 피해를 본 8만6000여명의 고객에게 2000만호주달러(약 180억원)를 보상하는 데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호주 항공업계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벌금에 해당한다.
지난해 8월 ACCC는 2022년 5~7월 콴타스 항공이 취소된 항공편 티켓을 판매하고 기존에 티켓을 구매한 고객에게도 결항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피해를 줬다며 콴타스항공을 소비자법 위반 혐의로 연방법원에 고발했다.
당시 콴타스항공의 국내·국제선 항공편 6만6000편 중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1만5000편이 취소됐는데, 이 중 8000편은 운항 취소가 결정된 후에도 평균 2주, 길게는 한 달 이상 웹사이트에서 해당 항공편의 항공권을 판매했다. 또 결항 결정 후에도 항공편 취소 전 티켓을 구매한 고객에게 이틀 안에 결항 사실을 알리지 않은 항공편 수도 1만편이 넘었다.
이에 대해 ACCC는 "콴타스항공의 취소 항공편 중 약 70%는 운항이 취소된 뒤에도 여전히 티켓을 판매하거나 취소된 사실을 구매자에게 즉시 알리지 않았다"며 "콴타스가 취소 항공편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리지 않아 고객이 대체 항공편을 마련할 시간을 부족하게 만들었으며 이 때문에 고객들이 더 큰 비용을 쓰게 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간 가디언 오스트레일리아는 콴타스가 시드니-멜버른, 시드니-캔버라 등 수요가 많은 노선에서 경쟁 항공사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항공편을 무리해서 편성하는 이른바 '슬롯 사재기'를 하고 있어 취소되는 항공편이 많다고 비판했다. 콴타스항공의 호주 시장 점유율은 100%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젯스타를 포함해 지난해 4월 기준 60%가 넘는다.
콴타스항공 측은 "2022년 5~7월은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의 이동이 다시 많아지는 때였다"며 "항공업계에 전례 없는 격변의 시기였다"고 해명했다. 애초 콴타스는 이 사안과 관련해 소송을 통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큰소리쳤다가 극적 합의에 이른 이유는 고객 불만 폭주 등으로 인한 회사 이미지 추락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콴타스 항공과 ACCC 간 합의가 법원 승인을 얻으면 소송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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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네사 허드슨 콴타스 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우리는 고객들을 실망하게 했고 우리 자신의 기준에도 미달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합의로 소송이 진행되는 경우보다 더 빨리 고객들에게 보상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나 카스 고틀리프 ACCC 위원장은 "(콴타스 항공이 합의한) 이번 벌금은 다른 업체들에도 강력한 메시지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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