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개 통화 중 3분의 2가 달러 대비 약세
美 Fed 금리인하 지연에 강세
NYT "세계 경제 심각한 결과 초래 우려"
올해 대부분의 주요 통화가 달러 대비 가치가 하락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밝혔다.
NYT에 따르면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약 150개 통화 중 3분의 2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팩트셋 자료 분석 결과 주요국 중 지난 1년간 미국 달러 대비 가치가 가장 많이 떨어진 통화는 일본으로 1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아르헨티나(7.7%), 한국(6.5%), 브라질(5.0%) 등이다. 유럽연합(EU)은 3%, 중국은 2.1% 떨어졌다고 NYT는 밝혔다.
최근 달러 강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 금리 인하 시점 지연에서 비롯된다. 미국 기준 금리는 20년 만에 최고치다. NYT는 "미국의 높은 금리는 미국 자산이 전 세계 다른 자산보다 더 나은 수익을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을 구매하기 위해 달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미국 통화의 전반적 강세를 측정하는 달러 지수는 최근 106을 돌파하기도 하면서 2000년대 초반 수준을 맴돌고 있다. 특히 엔화 가치는 미국 달러 대비 3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제시 로저스 무디스 애널리틱스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세계의 중앙은행이라는 점이 이보다 더 사실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달러 강세 효과는 빠르고 광범위하다고 NYT는 설명했다. 달러는 외환 거래에서 90%를 차지하는데, 달러가 강세면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선 인플레이션이 심화된다. 미국산 수입품뿐 아니라 석유같이 달러로 책정되는 주요 상품 가격이 치솟는다. 또 달러로 차입한 국가들은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무역 측면에서는 미국 수출 기업에는 강달러가 이득이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국 제조업을 장려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무역 적자가 늘어난다.
올해 초 미국 경제가 예상치 못한 강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꺾었다. 그러나 카막샤 트리베디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미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더욱 심각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경우 금리를 인하해 경제를 활성화하거나, 금리를 높게 유지해 화폐 가치를 지지하는 방법이 있는데 현재 우리는 그 갈림길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 강세는 특히 아시아에서 크게 나타난다. 최근 한·미·일 재무장관은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 외환시장 발전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또 회담 후 성명을 내고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의 급격한 하락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한국 원화는 2022년 이후 가장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환율 움직임이 과도하다"고 밝혔다.
일본은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지만, 엔화는 1990년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60엔을 기록했다. NYT는 엔화가 계속해서 약세를 보일 경우 투자자들이 일본 경제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자금을 해외로 이전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면 부동산 위기와 내수 부진으로 타격을 입은 중국에서도 일본과 비슷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입장에서 후퇴하고 최근 위안화 약세를 허용했다. 미 재무부 이코노미스트이자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인 브래드 세터는 "중국 경제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튼튼한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 당국자들이 6월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유럽 내 인플레이션이 개선되는 상황이지만 Fed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면 유럽과 미국 간 금리 차이가 더 벌어져 유로화가 한층 더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가브리엘 마크루프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NYT는 "세계 경제 전반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이례적으로 광범위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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