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더 쾌적하고 빠르게…정차역 줄인 'KTX-청룡' 타보니

짙은 푸른색 차체와 옆면에 쭉 뻗은 황금색 곡선의 디자인이 돋보이는 KTX-청룡이 22일 오전 서울역 선로에 모습을 드러냈다. KTX-청룡의 첫 시승 행사가 열린 이날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임직원들은 현수막을 들고 플랫폼 앞에서 승객들을 맞이했다.

22일 오전 서울역에 정차 중인 KTX-청룡 모습 / 사진=노경조 기자

서울에서 출발해 대전, 동대구를 거쳐 부산까지 왕복하는 시승 여정에는 국민 330여명과 언론 관계자 70여명이 참여했다. 국민 시승단은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부터 노부부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들뜬 마음으로 차량 안팎에서 사진을 찍고, 좌석을 앞뒤로 조정해보는 등 여정을 즐길 준비를 했다. 총 400여명을 태운 KTX-청룡은 오전 10시 17분 정각에 움직였다.

KTX-청룡은 1대당 8량(일반식 7량, 우등실 1량)으로, 10량 길이인 KTX-산천보다 짧았다. 하지만 좌석 수는 515석으로 KTX-산천(379석)보다 많았다. 노준기 코레일 고객마케팅단 여객마케팅처장은 "기존 열차는 동력집중식으로 앞·뒤 기관실이 10량에 포함됐는데, 청룡은 동력분산식이어서 전체를 객차로 쓸 수 있어 수송 효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열차 안 좌석에 앉아보니 공간감이 확연히 느껴졌다. 앞 좌석과 무릎 간 거리가 126㎜로 기존보다 20㎜ 길어졌기 때문이다. 흔들림도 덜 했다. 두 좌석에 길게 걸쳐 있던 창문은 개별 좌석에 맞는 크기로 내어 각자 원하는 전망을 즐길 수 있었다. 220V 콘센트와 무선충전기, USB 포트도 좌석마다 설치돼 편의성을 더했다. 무선충전기는 휴대폰 뒷면이 보이게 넣으면 이용할 수 있었다. 다만 갤럭시Z 플립의 경우 배터리 위치 등이 달라서인지 충전을 할 수 없었다.

KTX-청룡 객실 안 좌석에 설치된 무선 충전기 / 사진=노경조 기자

다음 정차역인 대전역까지는 약 1시간 만에 도착했다. 영업속도 기준 시속 320㎞를 낼 수 있다는데 소요 시간만 보면 기존 KTX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선로가 동일한 영향이다. 이기철 코레일 차량본부장은 "오송~평택 구간 고속화사업이 오는 2027년 완료되면 해당 구간은 시속 320㎞까지 달릴 수 있다"며 "현재는 광명~부산 구간을 시속 300㎞에 운영할 수 있다. KTX-산천도 최고 속도가 시속 300㎞여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KTX-청룡은 정차역을 최소화했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가는 길에 광명, 오송, 천안아산 등의 역에 정차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최단 운행 시간 기준 서울~부산은 2시간 17분, 용산~광주송정은 1시간 36분 만에 주파한다.

다음 달 1일 첫 운행하는 KTX-청룡은 주중 경부고속선과 호남고속선을 2회씩 달린다. 주말에는 선로 용량 등을 감안해 두 대를 연결한 중련 운행 방식으로 경부고속선에 4회 투입한다. 코레일은 KTX-청룡의 경우 두 대를 연결해 복합열차로 운행할 경우 좌석이 1030석까지 늘어나 국내에서 가장 많은 승객을 싣고 달릴 수 있다고 자평했다. 다음 달 1~19일 KTX-청룡 열차 탑승에는 1만7884명이 예매(21일 기준, 예매율 33.1%)했다.

KTX-청룡 객실(일반실) 모습 / 사진=노경조 기자

코레일은 KTX-청룡 운행을 2대로 시작해 2027년부터 17대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노준기 처장은 "수원·인천발 KTX와 오송~평택 2복선 사업 등 고속철도 신규 노선 건설에 따라 전국적으로 운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KTX-청룡은 대부분이 동력분산식인 세계 고속철도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