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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고립24시]온종일 한마디 안한채 보낸 하루…취업이 만든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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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아시아경제가 만난 고립·은둔 청년들
②취업과 함께 시작된 고립
가족·친구와 단절된채 나홀로 타지로 몰려
어쩔 수 없는 독립이 청년 고립 문제 키워

편집자주퇴근 후 혼자 끼니를 때울 때,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는 수백개지만 힘든 일이 있어도 마음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을 때, 아프거나 돈이 없는데 도움을 요청할 수 없을 때... 아시아경제가 만난 20·30대 청년들은 이럴 때 고립감을 느꼈다고 털어놨습니다. 혹시 당신의 이야기는 아닌가요? '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와 같은 단어가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왔다면 이제는 고립·은둔을 다시 제대로 바라볼 때입니다.
"청년들이 수도권이 아닌 다른 지방으로 일을 하러 갔다가 고립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발견되고 있다"(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근무지에 가족 등 지지할 버팀목이 없다는 것은 청년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2022년 6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에 거주하며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 301명을 대상으로 지방 근무 기피 원인을 물은 결과 '가족·친구 등 네트워크가 없어서'(60.7%)라는 응답이 1순위로 꼽혔다.

의지와 상관 없이 '취업' 그 하나 만으로 나홀로 지방행을 택한 4명의 젊은 청년들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족, 친구와 떨어져 어쩔 수 없는 독립생활을 시작한 청년들은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인스턴트나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울 때, 온종일 말 한마디 하지 않은 것을 뒤늦게 알아차릴 때, 아픈데 혼자라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할 때 특히 자신이 고립돼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평생 수도권에 살다 전북 전주시로 갓 이사한 마케터 석지혜씨(26·가명)는 취업 때문에 지방행을 택했지만 일상의 고민과 감정을 나누지 못해 매일 혼자인 기분을 느끼고 있다. 탈모 관련 기업에서 일하다 보니 회사에도 또래 동료가 없어 더욱 고립감이 심해졌다. 외로운 감정 단계를 넘어 이대로 계속 혼자가 될까 봐 두려움까지 느낄 정도다.


[청년고립24시]온종일 한마디 안한채 보낸 하루…취업이 만든 고립 한 직장인이 서울의 골목길을 오후의 햇빛을 받으며 걸어가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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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에서 근무하는 강민혁씨(29·가명)는 발령 3일전에야 공문을 통해 갑작스러운 인사 발령 사실을 접했다. 경기도 부천의 집을 떠나 충청북도 충주시에 새 터전을 마련했다. 새 터전에서 강 씨는 혼자다. 새 동료와 친해져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다. 직장에서 소문이 나거나 이야기가 와전될 위험이 있어서다. 강 씨는 "직원들의 거주지, 개인적인 사정, 선호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인사발령을 낸다"며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 수 없고 회사에서 하라는 대로 움직일 뿐"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물론 마음만 먹으면 퇴사하고 살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청년 취업이 심각한 시대에 살면서 어렵게 들어온 직장을 퇴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가족에겐 우울한 모습을 보여주면 걱정해요. 친구들은 일하느라 바쁘니까 제가 고민을 털어놓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유튜브를 봐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영상을 보면서 혼자 감정을 삭히고 버텨요. 그렇게 힘내보는 겁니다."



[청년고립24시]온종일 한마디 안한채 보낸 하루…취업이 만든 고립

2년간의 공무원 시험 준비 끝에 합격증을 손에 쥔 공무원 주상은씨(27·가명) 역시 첫 출근 7일 전에 발령을 통보받았다.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던 과거 경험 탓에 운전 트라우마를 겪던 주씨가 운전을 배운 이유 중 하나는 주말에 근무지를 떠나기 위해서다. 그의 본가인 경남 김해시까지는 자차로 왕복 4시간30분, 기차로도 4시간40분가량이 걸린다. 주씨는 "퇴근 후 온전히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점이 고립감을 강하게 만든다"며 "지역 청년 커뮤니티에 가입해보려고 찾아봤지만 대부분 지역 출신이거나 아예 정착한 청년 귀농인, 자영업자여서 섞이기 어려웠다. 또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날 텐데 인간관계를 새로 쌓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곳으로 옮겨질 텐데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오히려 이러한 생각이 고립감을 악화시키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 쓸쓸해요."


수도권에 살다가 공공기관 취업에 성공해 경남 진주에서 고독한 독립생활을 하는 최현아씨(33·가명)는 기업과 지자체가 결국 누군가는 타지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고립감 문제 해소에 적극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공기관 근무자에게 이러한 문제가 많이 발생하니 정부나 지자체에서 당연히 역할을 해야 한다"며 "특히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기업과 지자체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장기적인 관계로 이어질 수 없다는 불안은 스스로 고립을 택하는 원인이 된다. 2022년 '청년의 사회적 고립 실태 및 지원 방안' 연구를 수행한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처음에는 잘 지내다가도 '내가 계약이 끝나고 나서 혹은 근무지를 옮기고 나서 또 이런 생활을 반복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면 아예 관계에 벽을 치고 지내면서 서서히 고립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다가 너무 외로워지고 고립되면 더 이상 사회 참여를 하지 못하고 은둔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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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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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siae.co.kr/list/project/2024050314290051322A



[청년고립24시]온종일 한마디 안한채 보낸 하루…취업이 만든 고립
'청년고립24시' 기사가 읽고 싶다면
<1>아시아경제가 만난 고립·은둔 청년들
① 나는 28세 고립청년입니다…"1인분 역할 못하는 존재"
② 취업이 만든 고립…온종일 한마디 안한채 보낸 하루
③ 육아보다 힘든 게 '대화할 상대'가 없다는 것…그렇게 우울증이 왔다
④ 3년간 햇반·라면 먹고 온종일 게임만…정서적 불안 심해지면 결국엔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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