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전기차 확대 등 전력 수요 급증 영향
2050년 탄소중립 약속 이행도
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원전 4기 이상 건설 검토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원전은 필수"라며 "탈원전을 하면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산업도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공장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서는 고품질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원전이 확대돼야 한다고 판단한다. 여기에는 신규 원전 검토를 포함한 전력공급 능력 확충에 나서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반영돼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내 대표 반도체 인력양성 교육기관인 경기도 수원시 소재 성균관대학교를 찾아 "총 622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300만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며 '원전 확대'를 추가 지원책으로 내걸었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의 핵심은 판교·수원·용인·이천·안성·평택·화성 등 경기 남부에 세계 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반도체 클러스터(집적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2047년까지 총 622조원을 투자해 16개의 팹(fab·반도체 제조 시설)을 새로 짓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은 어느 산업보다도 민생을 풍요롭게 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다"며 일자리 300만개 창출도 예상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반도체 파운드리 라인 하나를 설치하는 데 1.3GW 원전이 하나 필요하다"며 기흥 삼성전자 사업지를 언급, "전력 배송 송전 체계를 만드는 데만 10년 이상 세월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고 전기차 보급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 필요하다는 얘기로, "원전은 이제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탈원전을 하면 반도체뿐 아니라 첨단산업은 포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에서 벗어난 얘기지만 우리 민생을 살찌우기 위해서라도 원전 산업은 계속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집중 육성에 '원전 확대'를 조건으로 내건 배경에는 원전 산업을 강화해 산업 전반의 전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 담겨 있다. 윤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원전을 검토한 것도 반도체 투자, 전기차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구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로 조성하는 용인 특화단지에는 10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수도권 전체 수요의 약 25% 해당한다.
더욱이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해 10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도 신규 건설 원전을 기존 6기에서 8기로 늘리고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 대통령 역시 원전 확대를 위한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정부 출범 후 한 달 만에 경남 창원에 있는 원전 산업 대표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 "5년간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지금의 원전 산업에 대해서는 "고사 직전 상태와 같다"며 관계 부처에 선발주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언급하며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서 효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원전 확대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도 올해 본격화한다. 정부가 2038년까지 적용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 원전 4기 이상 건설을 포함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본의 핵심은 탈원전 정책을 펼쳤던 지난 정부 시절에 사라진 신규 원전 건설을 포함할지다.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들어가면 신한울 3·4호기 건설 계획이 반영된 2015년 7차 전기본 이후 9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담기게 된다.
앞서 윤 대통령도 "지금 원전 업계는 전시로 탈원전이란 폭탄이 터져 폐허가 된 전쟁터"라며 "비상한 각오로 무엇보다 일감, 선발주를 과감하게 해달라. 그러지 않으면 원전 업계는 못 살린다. 전시엔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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