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68억 흑자…2년 내 최대
수출 1년2개월만에 증가
한은 경상수지 300억달러 흑자 달성 전망
겨울철 원유 수입 등 불확실성은 여전
10월 경상수지가 68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6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흑자폭도 최근 2년 만에 최대 규모로 늘었다.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출이 1년2개월 만에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로 전환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 흑자를 내는 '불황형 흑자'에서도 벗어났다. 한은은 앞으로 수출 개선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연 300억달러 흑자 전망도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상수지 6개월 연속 흑자…2년 내 최대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경상수지는 68억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경상수지는 지난 5월(+19억3000만달러)과 6월(+58억7000만달러), 7월(+37억4000만달러), 8월(+49억8000만달러), 9월(+54억2000만달러)에 이어 10월까지 6개월 연속 흑자를 나타냈다.
경상수지 흑자폭은 7월 이후 3개월 연속 확대되면서 2021년 10월(79억달러) 이후 2년 만에 최대 규모로 늘었다. 다만 1~10월 누적 경상수지는 233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73억8000만달러)과 비교하면 약 40억1000만달러 줄었다.
10월 경상수지를 살펴보면 우선 상품수지는 53억5000만달러 흑자로, 7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폭은 전월(74억2000만달러)보다 다소 줄었다.
수출 1년2개월 만에 증가…반도체 회복 본격화
가장 큰 특징은 수출이 570억달러로 지난해 8월 이후 1년2개월 만에 전년 동월 대비 증가(7.6%)했다는 점이다.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고 승용차·석유제품 수출이 꾸준히 늘어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10월 통관 수출을 보면 승용차는 전년 동월 대비 21%, 석유제품은 17.7% 늘었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9.6%, 유럽연합(EU)이 10.7% 각각 줄었으나 미국 수출이 17.3%, 동남아가 12.7%, 일본이 10.3% 각각 증가했다.
반면 수입은 516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3% 감소했다. 에너지 수입 가격 하락 영향으로 원자재가 전년 동월 대비 13.4% 줄어든 가운데, 자본재(-6.3%)와 소비재(-4.1%)도 줄었다. 그동안에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드는 가운데 수입이 그보다 더 줄면서 ‘불황형 흑자’ 모습을 보였으나 10월에는 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었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지난번에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로 전환되면 '불황형 흑자' 논쟁은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며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마이너스를 벗어났고 내년에도 연간 수출이 9% 내외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그런 논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월 서비스수지는 여행, 가공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12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월(-31억9000만달러)보다 적자폭이 축소됐다. 동남아와 일본에서 한국을 찾는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6억4000만달러로 전월(-9억7000만달러) 대비 줄어든 영향이다. 또 지적재산권수지도 3억4000만달러 적자로 적자폭이 감소했다.
본원소득수지는 직접투자와 증권투자 배당소득을 중심으로 27억7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본원소득수지 중 배당소득 수지는 국내기업의 해외 자회사 배당 수입 증가로 흑자폭이 한 달 새 11억1000만달러에서 18억7000만달러로 늘었다. 이전소득수지는 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연 300억달러 달성 전망…한은 "불황형 흑자 끝"
수출이 회복 국면을 보이는 만큼 한은은 경상수지 연 300억달러 흑자 전망도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30일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지난 8월 전망치(270억달러)보다 높은 300억달러로 수정했다.
이 부장은 "1~10월 누적 흑자 규모가 233억7000만달러이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두 달 동안 66억3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내면 연간 전망에 부합한다"며 "현재는 상품수지 개선세 영향으로 이를 충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은은 11월 이후에도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에 따르면 11월 통관 수출 실적은 반도체 수출이 10.8% 증가로 전환되고 중국 수출도 지난해 수준에 가깝게 회복하면서 증가율이 10월 5.1%에서 11월 7.8%로 확대됐다. 이는 자동차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반도체 등 품목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겨울철 원유 수입 물량 우려…체감경기도 아직
다만 여전히 향후 경상수지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다. 겨울철로 접어드는 만큼 원유 등 에너지 수입 물량이 대표적이다. 최근 경기 둔화 우려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대로 하락했으나 수입 물량이 늘면 상품수지 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외에도 겨울방학 기간 해외여행이 늘면 여행수지 등 서비스수지 적자가 커질 수 있고, 11월 이뤄지는 분기 배당 지급 규모도 본원소득수지의 주요 변수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경기는 확실히 나아지는 것 같다"면서도 "문제는 반도체 회복이 경기 훈풍으로 느껴질 수 있느냐인데, 거기에는 조금 시차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가 홀로 반등하는 상황이어서 경기가 반등한다고 얘기하기는 좀 이르다"며 "국민들의 체감상 경기가 나아진 것으로 느끼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고, 영향도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10월 중 83억7000만달러 늘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16억9000만달러 증가하고,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글로벌 기업의 국내기업 인수 등으로 20억달러 증가하면서 3억1000만달러 감소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28억3000만달러 늘고,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15억8000만달러 감소해 44억달러 증가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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