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민주당, 본질은 똑같다"
"12월 초중반 창당, 이후 제휴 논의"
"새로운선택, 30석 얻으면 정치 달라져"
"우리가 정치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 대표는 21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이번에 양당 체제를 깨겠다는 사람들(제3지대)의 도전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다음 3년간 윤석열 대통령은 더 자기 마음대로 국정을 운영하려 할 것이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을 주장해 (온 국민이) 지옥에 있는 것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 대표는 특히 탄핵으로 상징되는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가장 주된 이슈는 탄핵이다. 민주당과 민주당의 위성정당, 자매정당들은 노골적으로 대통령 탄핵을 얘기할 것이다. 그러면 정말 나라가 쪼개진다"며 "우리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무서워하는데, 한국은 2~3년 만에도 경착륙할 수 있다. 다들 경제에 관심이 없다"고 우려했다.
'새로운선택'의 새로움은 무엇일까. 금 대표는 "4월 창당 논의 단계부터 일관되게 얘기한 것은 지금의 양당 체제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당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 반대쪽에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똑같다"며 "윤 대통령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 '내부총질'이 되고, 이 대표를 비판하면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비명계 비하 발언)'이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치가 '어떤 사람이 변했어'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 당은 결국 윤석열당, 이재명당과 다를 바 없다"며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하고 토론을 할 수 있는 모습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대로 된 토론 없이 ‘당론’에 따를 것을 강요받는 정치 구조를 비판하며, 민주당 시절 경험을 소개했다. 과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제정 논의 당시 공개적으로 법안에 반대했었는데, 당시 이해찬 대표로부터 저녁을 먹자는 제안을 받았다. 금 전 대표는 "이 전 대표와 식사를 마치자 그의 비서실장이 ‘대표가 밥까지 사줬는데, 찬성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며 "이에 ‘무슨 식의 정치를 이렇게 하냐’ 고 항의했더니 ‘청와대의 뜻이고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라는 말을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서 ‘용산의 뜻’이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냐"고 덧붙였다. 토론이나 설득 없이 오로지 '따를 것'만을 강요하는 정치 구조가 국민의힘과 민주당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금 대표는 새로운선택의 지향점으로 ‘토론이 가능한 정당’을 제시했다. 진보냐, 보수냐의 기준선 역할을 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는 "노사관계를 너무 넓게 인정하는 부분은 두고, 대법원 판례에서 인정하는 부분(사측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부분)은 먼저 손 보자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어 "중요한 것은 ‘새로운선택이 어떤 입장을 취하냐’가 아니라 ‘정치가 기능을 못 하는 게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통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끌어내는 게 목표 아니냐"며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생각이 다른 사람이나 세력에 대한 존중"이라고 말했다.
신당을 준비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만남을 이어가는 금 대표는 제휴보다는 창당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창당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 전 대표나 민주당 비명계 의원들과 논의하기 위해 마냥 기다릴 수는 없으니, 창당 진도를 쭉 나간 뒤 발판을 마련해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금 대표는 "창당 작업은 12월 초중반에 마칠 계획"이라며 "신속하게 당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금 대표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내각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일정을 제시했다. 왜 내각제인가.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과제다. 정치가 안정된 선진국 가운데 대통령제를 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 미국이 대통령제지만 연방제 국가라 우리랑 사정이 다르다. 지금 우리 정치는 대통령제의 단점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유산이지만, 요즘은 눈만 뜨면 탄핵 얘기가 나온다. 이런 논의가 나올 때마다 나라가 반으로 갈라지는데,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내각제를 해야 한다.
-내각제가 국민들 사이에는 인기가 없다.
▲내각제를 꺼내는 게 정무적으로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정치해 본 사람들은 왜 필요한지 안다. 역대 대통령들이 좋지 않은 평가를 받으며 실패하지 않았나. 시스템 자체를 돌아봐야 한다.
-의석 30석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왜 30석인가.
▲새로운선택이 30석이 되면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어느 쪽도 과반의석이 안 된다. 어느 당이든 대화하고 토론하고 양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게 진짜 정치의 모습이다. 그래서 30석을 목표로 한다. 유권자들은 실제 행동을 보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 새로운선택이 원내에 진출해 1987년 이후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보겠다.
-30석이 가능한가.
▲여러 여건으로 볼 때 가능하다. 국회 의석이 300석인데 10%를 얻을 만큼의 변화 에너지는 충분하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 어떤지를 봤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180석을 얻고도 한 게 없다는 것을 봤다. 양쪽 다 이걸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니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 새로운선택에 의석의 10%를 주면 정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다.
-비명계 등과의 결합도 생각하나.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이라면 같이 할 수 있다. 정치권에 있는 분들의 깊은 고민과 결단이 필요하다. 다만 그 결단에는 희생과 헌신이 따라야 한다. 방향이 조금씩 다른 것은 문제가 아닌데, 헌신과 희생을 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병립형 선거제도 회귀 가능성이 거론된다. 선거전략에 차질이 있는 것은 아닌가.
▲애초에 비례정당을 해보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지금 선거법은 비례정당을 허용하면 위성정당이나 자매정당의 길을 가게 되는데, 그것은 반헌법적 정당이다. 위성정당 등을 만드는 것은 헌법 질서에 대한 파괴다. 꿈에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기본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위성정당이나 자매정당의 출현은 선거제 가운데 최악 중의 악이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선거 제도는 결국 거대 정당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쪽으로 만들 것이고, 민주당은 다수당이니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선거법을 만들 것이다. 새로운선택은 주어진 환경에서 30석을 해내야 또 다른 약속을 할 있을 것이다. 선거제도가 어떻게 되느냐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전략기획실장을 맡았었는데 지금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지난 대선 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의논을 했는데, 보수 정당에 대선을 뛸만한 사람이 없었다. 대선주자들이 중심을 잘 잡는다면 보수 정당도 환골탈태할 것으로 봤었다. 그러면 민주당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국민의 일부를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세력(민주당)이 또다시 5년을 하면 큰일 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윤석열 캠프에 있었는데, 겪어보니 새로운 리더십이 아니었다. 좋은 리더십은 구성원이 가진 잠재력을 모아내는 것인데, 윤 대통령의 리더십은 결정하면 따르라는 식이었다. 그런 리더십을 못 견뎌서 (민주당을) 나왔는데, 또 그러면 안 되잖나. 민주당의 재집권을 막는 게 필요했지만, 이런 리더십은 우리가 지향할 리더십은 아니라고 생각해 캠프를 떠났다.
-민주당 내 이른바 혁신계 의원들 모임인 '원칙과 상식'이 얼마 전 만들어졌다.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말은 중요하지 않다. 행동이 중요하다. 이재명 대표가 어느 날 정계에서 은퇴한다고 민주당 문제가 해결되나. 그건 아니다. 유권자들은 옳은 얘기를 하는 정치인보다 옳은 목적을 위해 자기 자신을 던지는 사람을 보기를 바란다. 원칙과 상식에 계신 의원들은 만약 탈당하면 자신의 지역구에 다른 민주당 후보가 출마할 것이니, 앞이 캄캄할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에게 '정신 차려라', '포용하라'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울림이 없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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