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준 OD 대표 "채팅으로 맞는 옷 찾아줘"
이미 스타트업 두 번 했던 경험 토대로 개발
"인공지능(AI)에 나만의 패션 스타일을 학습시켜서 ‘퍼스널 스타일리스트’를 만드는 거죠."
이선준 OD 대표는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옷을 좋아했다. 새로 나온 브랜드나 옷 디자인을 살펴보는 것이 취미였다. ‘OD’라는 회사명도 ‘옷’을 영어로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그런 그는 쇼핑하던 중 의문을 갖게 됐다. 주변을 둘러보니 많은 이들이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양한 패션 브랜드를 팔로잉하면서 스크롤을 내리는 데 시간을 쓰고 있었다.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검색엔진처럼 AI와 채팅하면서 내 스타일을 찾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UC 버클리대에서 경영학, 컴퓨터공학, 기계공학을 공부한 이 대표는 이 같은 서비스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 대표는 "텍스트 기반의 머신러닝 모델을 결합한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이 이미 나와 있는데 검색엔진 쪽에서 전반적인 분야를 다루고 있다면 OD는 패션 쪽에 특화된 앱을 만드는 것"이라며 "AI가 패션만 학습해서 1대 1로 내 스타일만 알 수 있게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온라인 쇼핑몰과의 가장 큰 차이는 ‘글자로 소통한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금 존재하는 쇼핑몰을 들어가면 레이아웃이 다 똑같은데, 남성으로 들어가 바지를 누르고 원하는 색상과 핏을 필터링하면서 원하는 옷을 찾아야 한다"며 "지금 OD가 개발하는 것은 채팅창에 ‘핼러윈을 위한 검은색 스키니진이 필요해’라고 쓰면 이에 맞는 옷을 찾아주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브랜드마다 다른 사이즈 데이터를 수집했다. 같은 브랜드라도 시즌마다 사이즈나 핏이 바뀌는 것을 대비해 계속해서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조금씩 바뀌는 취향도 계속된 학습을 통해 수정·적용할 수 있다. 사용자가 새로운 브랜드나 옷을 접했을 때 직접 ‘좋다’, ‘안 좋다’ 평가를 하면서 AI를 학습시키는 것이다. 소개팅 앱에서 호감이 있는 인물은 오른쪽, 다른 사람으로 넘어가려면 왼쪽으로 사진을 쓸어 넘기는 것과 유사하다.
아이디어 구상부터 지금까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다. 결과물이 나오기 전이지만 이미 ‘엔돌시파이(Endorsify)’, ‘민티(Minti)’ 등 두 차례나 스타트업을 만들어봤던 경험을 토대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대학생 때부터 친했던 친구이자 삼바노바시스템즈에서 AI 플랫폼 리드를 맡았던 브라이언 왕(Brian Wang)도 합류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바노바는 미국의 AI 반도체 기업이다. 이 대표는 "언젠가는 같이 창업을 하자고 약속했던 친구였는데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판단하면서 OD로 의기투합하게 됐다"고 말했다.
목표는 넥스트엘레베이션 프로그램이 끝나기 전에 사용자경험(UX)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최소기능제품(MVP)을 만드는 것이다. 이 대표는 "추천과 채팅 모델 정확성은 나중에 다시 수정할 수 있으니 그걸 제외한 MVP로 시장에서 직접 몇 주 정도 테스트를 해봤으면 한다"며 "프로그램 이후에도 계속해서 모델을 개선하면서 만들어가는 작업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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