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후 신용불량자 추이
다른 연령대 줄어든 반면 노인층만 늘어
2년 뒤 초고령사회 진입하는데
노인들은 소득·경쟁력 없어
채무 상환 능력 떨어져
경기도 이천에 사는 이성중씨(64)는 올해 초 신용불량자가 됐다. 중소기업에 다니다가 은퇴하고 2018년 해물탕집 체인점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장사가 되는가 싶었더니 곧 코로나19가 닥쳤다. 하루에 손님 두 테이블이 전부일 때도 있었다. 그래도 버텨보겠다는 생각에 2금융권까지 손을 뻗어 운영자금을 댔다. 본인 명의로 4000만원, 부인 명의로 3000만원 빚을 졌다. 코로나19는 끝났지만 이젠 월 임차료가 오르고, 주변에 경쟁점포가 많아졌다. 매출은 점점 줄어들었다. 건강까지 나빠져 영업시간마저 오후 5시~10시로 단축했다. 이씨는 "인건비도 안나와 가게 문을 닫으면서 빚도 못 갚았다. 이 나이에 신용불량자 신세라니 앞이 깜깜하다"고 했다.
초고령사회 진입하는데…신용불량 노인 늘어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세상. 우리나라는 2년 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경상남도는 이미 지난 9월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문제는 노인층의 금융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청년 문제에 가려져 부각이 덜 됐지만, 코로나19 사태 전과 후 채무와 연체를 비교하면 청년층보다 고령층이 훨씬 악화했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의원이 나이스신용평가원으로부터 받은 '금융채무 불이행자'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2018년 말 대비 올해 6월, 신용불량자를 뜻하는 '금융채무 불이행자'(누적)는 모든 연령대에서 60대 이상만 증가했다. 이 기간에 7711명(10만7747명→ 11만5458명)이 늘어났다.
60대 이상을 빼고는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전 연령대에서 감소했다. 같은 기간 40대가 8만3270명(23만1595명→14만8325명)으로 가장 많이 줄었다. 30대는 7만8447명(18만6164명→10만7717명), 50대도 5만4462명(20만195명→14만5733명)이 감소했다. 20대 역시 1만2970명(8만5277명→7만2307명)이 줄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집계하는 워크아웃 확정자 수를 봐도 청년층보다 노년층이 많았다. 올해 상반기에만 60대 이상이 6207명에 달했다. 30대(8822명), 40대(1만1182명), 50대(9911명)보단 규모가 작지만, 20대(5320명)보다는 1000명 정도 더 많았다.
가계대출 막히자 사업자 대출로 빚 늘려
60대 이상 고령층은 대출규제 탓에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게 되자,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서 개인사업자 대출로 빚을 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60대 이상의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지난 2분기 기준)는 1인당 3840만원이었다. 40대와 50대인 중장년층(3277만원)과 30대 이하인 청년층(812만원)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2019년 가계대출 규제가 강해진 다음부터 비(非)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이 고령층에서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2021년에서 2022년까지 차주 단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단계별로 시행된 이후, 고DSR 차주들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유인이 커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고령층은 1인당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가 큰데다 자영업자 소득도 부진해, 최근 고령층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며 "경기회복이 지연되면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이 가계대출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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