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특구 공모에 전 지자체 도전장
공모 당선지역은 '전면적 네거티브'
의료, 바이오, 로봇, 수소, 모빌리티까지
대정부 건의 10차례…치열한 물밑경쟁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혁신 특구’ 사업을 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선정되기만 하면 국내 최초로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어서다. 고용창출 효과와 기업투자 유치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예상되자 지자체 간 물밑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27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지자체별 글로벌 혁신 특구 공모신청서와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총 14개 광역자치단체가 공모계획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권은 특구 지정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고려하면 사실상 모든 지자체가 공모했다.
글로벌 혁신 특구란 기존의 ‘규제자유특구’를 고도화한 지역이다. 미래 첨단기술의 혁신과 신제품 개발, 해외 진출을 위한 복합적인 지원이 제공된다. 특히 전면적인 네거티브 규제가 적용된다. 미리 열거한 규제와 금지사항을 빼면 신기술을 활용한 모든 실증이 가능하다.
지자체들은 기존에 추진하던 혁신산업이 현행법에 가로막혀 있는 만큼 지정만 되면 큰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혁신 특구를 준비 중인 지자체 관계자는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는 아주 파격적인 혜택”이라면서 “핵심기술 개발을 넘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을 절호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공모주제는 대부분 규제가 까다로운 분야였다. 대전시는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특구 조성을 계획했다. CGT는 연평균 49.1%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은 첨단재생의료법과 약사법 때문에 연구개발과 임상시험에 규제 애로를 겪고 있다. 대전시는 국비 217억원을 포함해 총 487억원을 쓸 예정인데 216명의 고용창출과 1340억원의 투자유치를 목표로 내세웠다.
울산시는 테크노일반산업단지를 거점으로 시내 전역과 인근 해상 4983㎡에 건설기계·선박을 위한 수소모빌리티 특구를 조성할 방침이다. 현재 수소에너지는 차량과 관련된 규제만 있을 뿐 항만분야에는 법 자체가 없다. 제도 마련은 최소한 수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만약 특구에 선정되면 곧바로 수소모빌리티 부품실증 플랫폼 구축, 관련 인프라 제공, 해외인증 지원체계 수립이 가능해진다.
대정부 건의만 10차례…지방의회까지 팔 걷었다
특구 선정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가 수십조원에 달할 거라는 분석도 나왔다. 전라남도는 나주시와 영광군, 신안군 일대에 에너지신산업 특구를 조성하는 계획을 냈다. 직류 송·배전을 위한 세계기술표준을 만드는 사업에 500억원을 투입한다. 전남도는 특구를 통해 표준을 마련하면 전력변환손실 저감 12조원, 신규발전설비 건설회피 19조원 등의 이익이 생길 것으로 추산했다.
가장 우선적으로 2개 지자체만 혁신특구에 선정될 수 있다 보니 물밑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 지자체는 내부에 민간 전문가를 포함해 20여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꾸려 공모 전략을 세웠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에 혁신 특구 지정을 10여차례 건의한 지자체도 있다. 관련 업무협약부터 먼저 체결해 강력한 의지를 보이거나, 지역 의회가 직접 정부에 특구 지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원서 평가와 지자체 발표를 거쳐 늦어도 오는 12월 초까지 2곳을 선정 완료할 예정이다. 글로벌 혁신 특구에 적절한 분야를 선택했는지, 실증관리 계획을 얼마나 철저하게 선택했는지,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계획을 어떻게 세웠는지가 당락을 가를 전망이다. 사업 기간은 내년부터 2027년까지 4년으로 2029년까지 2년 연장할 수 있다.
관련부처 관계자는 “여러 지역의 수많은 기업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소수여도 될 만한 곳에 집중 투자하는 게 글로벌 혁신 특구의 콘셉트”라면서 “선정 후에도 지자체에만 운영을 맡겨 놓지 않고, 해외 클러스터와의 연계나 사업 관리를 정부가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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