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한국어 음성 공급
자동차, 교육, 헬스케어까지 진출
AI 전문 개발 인력이 전체의 10% 육박
지난달 헝가리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 중국의 아이플라이텍이 다국어 AI(인공지능) 기술 제공사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대회의 장내 안내, 홍보, 서비스를 전 세계 언어로 제공하는 역할이었다. 아이플라이텍은 중국에서 최초로 AI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다. 아이플라이텍이 조성한 AI 오픈 플랫폼은 전 세계 약 200만명의 개발자가 이용하고 있다. ‘챗 GPT’를 앞세운 오픈AI 플랫폼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중국 기업 중 하나다.
아이플라이텍의 파트너사로 대회에 함께 참가한 한국 기업이 있다. 한국의 음성 AI 전문기업 미디어젠이다. 미디어젠은 한국어 음성 합성 엔진을 공급했다. 대회 현장을 찾은 관객들은 디지털 휴먼을 통해 한국어 음성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국제무대에 미디어젠의 기술이 데뷔한 순간이었다. 송민규 미디어젠 상무는 "국제무대에 음성 솔루션을 소개할 수 있어서 기뻤다"며 "글로벌 AI 시장에 진출하게 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2000년 문을 연 미디어젠은 음성인식 기술 한길만 걸어온 기업이다. 대형언어모델(LLM) 학습을 위한 데이터셋 구축 및 AI 엔진 알고리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카, 스마트 컨택센터, AI 에듀테크, AI 키오스크, 다국어 AI 통역 서비스 등 다양한 부문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젠은 특히 AI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에듀테크 분야에서 리딩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미디어젠의 대표 서비스인 AI '어학 튜터'는 스스로 학습해서 가르치는 똑똑한 선생님이다. 영어 발음과 문법, 어휘 분야에서 AI 기술을 접목했다. 보통 PC 웹페이지를 통해 진행된다. 예를 들어 교육생이 영어로 발음하면 AI 분석을 거쳐 억양, 리듬, 강세를 각각 교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치 사람과 대화하듯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제공한다. 공인인증기관으로부터 발음 평가 정확도가 97.15%에 달한다는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특허 3건도 보유 중이다. 또한 학습 데이터가 쌓일수록 AI가 제공하는 답변의 수준이 높아진다. '머신러닝(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 또는 성능 향상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AI 어학 튜터는 부산외대를 비롯해 국내 유명 어학원 및 대학교에 공급되고 있다.
미디어젠이 음성인식 기술에서 앞서나갈 수 있었던 비결은 R&D(연구개발) 집중 투자 덕분이다. AI 연구소에서 근무 중인 AI 개발 전문인력이 20여명이다. 전체 직원의 10% 수준이다. 공격적인 연구개발 때문에 지난해 21억원의 영업손실(매출 172억원)을 냈지만, 성과는 나타나고 있다. 국내외 대기업이 미디어젠의 기술력을 믿고 파트너사로 선택하고 있다. 현대차와 손잡고 차세대 스마트 음성 서비스를 개발 중이며 LG전자와 협업을 통해 폭스바겐에 24개 언어 모델을 제공한다.
미디어젠은 최근 컨소시엄을 통해 LLM을 위한 AI 데이터 구축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고 한국지능정보사회원이 추진하는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자로 최종 선정된 것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헬스케어 질의응답 데이터 구축을 올해 연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자동차, 교육 분야에 이어 헬스케어까지 미디어젠의 기술 적용 분야가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송민규 상무는 “대규모 데이터 구축 사업자로 선정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환각 현상(잘못된 정보나 허위정보를 생성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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