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상반기 TV 시장 부진 속에서도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워 50%에 가까운 세계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TCL, 하이센스 등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브랜드의 추격 속도가 빨라 자칫하다가는 점유율을 빼앗길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가 금액 기준으로 세계 TV 시장 점유율 31.2%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고 21일 밝혔다. 출하량 기준으로는 1792만7700대다. 삼성전자는 세계 TV 시장의 어려움 속에서도 18년 연속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LG전자는 전체 TV 출하량이 1048만2400대로 금액 기준으로는 16.2% 점유율을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세계 TV 판매금액의 절반 가량이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프리미엄 전략 내세운 삼성·LG
한국 브랜드들이 금액 기준으로 과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TV는 크면 클수록 좋다’는 거거익선(巨巨益善) 트렌드와 가격대가 비싼 프리이엄 제품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네오(Neo) QLED를 앞세워 61.7%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80형 이상 초대형 TV 시장에서도 올해 출시한 98형 제품들을 앞세워 41.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부터 4위까지 업체들의 점유율 합을 넘어서는 수치로 초대형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을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LG전자는 세계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을 석권했다. LG전자의 상반기 올레드 TV 시장 점유율은 55.7%다. 올해로 올레드 TV 출시 1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과반 이상의 점유율로 차세대 프리미엄 TV 시장의 리더 지위를 공고히 한 셈이다. 상반기 LG전자의 TV 매출 가운데 최상위 라인업인 올레드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30%까지 올라왔다.
LG전자는 지난달 선보인 현존 최대 크기의 97형 올레드 TV에 세계 최초 4K·120Hz 무선 솔루션을 탑재한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을 앞세워 하반기 초대형·프리미엄 TV 수요를 지속 공략할 계획이다. OLED TV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도 상반기 OLED TV 35만2000대를 판매해 점유율 18.3%, 2위를 차지했다.
상반기 전 세계 TV 출하량이 9270만6600대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전년과 유사한 수준에 그쳤던 환경에서 금액 기준 세계 점유율 절반 가량을 한국 브랜드들이 차지했다는 것은 분명한 성과다. 하지만 중국 브랜드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세계 TV 시장에 침투하고 있어 한국과 중국 간 점유율 격차는 갈수록 좁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브랜드 맹추격
금액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3,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브랜드 TCL과 하이센스는 올해 상반기 점유율이 각각 10.2%, 9.5%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록인 8.7%, 8.2%에서 각각 1.5%포인트, 1.3%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금액 기준 시장 점유율이 1년간 각각 0.3%포인트, 1.2%포인트 하락한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일본 기업 소니 점유율도 7.4%에서 5.7%로 1.7%포인트 내려갔다.
부진한 TV 소비 환경 속에서도 중국 브랜드들의 시장 점유율이 상승한 것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TCL과 하이센스는 출하량 기준 점유율이 각각 12.4%, 11.7%로 LG전자(11.3%) 보다 높았지만 금액 기준 점유율은 이에 미치지 못해 저가 제품 위주의 판매 분위기를 드러냈다.
이에따라 미국이 중국산 TV 수입에 추가 관세를 적용하냐 여부가 우리 기업에도 중요해졌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에서 제조된 TV를 북미에 수입할 경우 관세를 기존 11.5%에서 25%까지 상향하거나 중국 패널을 탑재한 TV에 15%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 TV 업체는 가격 경쟁력을 잃고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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