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나 사물의 소리를 흉내 낸 말을 의성어, 모양이나 움직임을 흉내 낸 말을 의태어라 한다. 국어사전의 뜻풀이에 ‘-는 소리’라고 되어 있으면 의성어, ‘-ㄴ/는 모양’이라고 되어 있으면 의태어에 해당한다. 의성어와 의태어는 분명히 구분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가령 ‘침을 꿀꺽 삼켰다’라고 할 때 ‘꿀꺽’을 의성어로 볼지 의태어로 볼지 딱 잘라 판단하기 어렵다. 국어사전에서는 그런 낱말들의 뜻풀이를 다음과 같이 처리해놓았다.
찰랑: 가득 찬 물 따위가 잔물결을 이루며 넘칠 듯 흔들리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의성어로 볼 수도 있고 의태어로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의성어와 의태어를 굳이 구분하지 않고 둘을 묶어 ‘의성의태어’라는 용어를 쓰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말로 ‘흉내말’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다른 나라의 언어에 비해 우리말은 의성의태어가 매우 발달했다. 그런 특성은 어떤 대상을 직접 보거나 소리를 듣지 않아도 충분히 실감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표현을 풍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우리말에 의성의태어가 많은 까닭은 모음과 자음의 변화를 통해 형태가 다양한 계열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가뭇가뭇’에서 모음을 바꾸면 ‘거뭇거뭇’이 되고, ‘거뭇거뭇’에서 자음을 바꾸면 ‘꺼뭇꺼뭇’이 되는식이다. ‘빈둥빈둥’이 ‘반둥반둥’과 ‘밴둥밴둥’, ‘번둥번둥’을 불러오고, 나아가 ‘삔둥삔둥’, ‘빤둥빤둥’, ‘뺀둥뺀둥’, ‘뻔둥뻔둥’, ‘핀둥핀둥’, ‘판둥판둥’, ‘팬둥팬둥’, ‘펀둥펀둥’까지 가지를 쳐나가는 걸 보면 경이로운 느낌이 든다. 이처럼 어감의 미묘한 차이를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우리말이 지닌 의성의태어의 장점이다.
-박일환, <의성의태어의 발견>, 사람in, 1만70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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