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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의 함정]③헷갈리는 근원물가, 지표가 2개인데 뭘 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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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반영 품목 개수 다른
농산물·석유류 제외 401개
식료품·에너지 제외 309개
두 가지 지수로 발표

한은,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
근원 인플레이션 평가할 때
물가 기조적 흐름 더 잘 반영

[통계의 함정]③헷갈리는 근원물가, 지표가 2개인데 뭘 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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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까지 2%대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근원물가는 지난 전망경로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한국은행 물가 상황 점검회의)


40대 이영호씨는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대에 진입했다는 통계청 발표를 접했다. 그간 고물가·고금리 고통에 시달렸던 이씨는 간만의 물가 둔화 소식이 반가웠지만 이 같은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지 이내 궁금해졌다. 물가가 안정돼야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은은 최근의 물가 둔화에도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준다는 '근원물가'의 경직성을 여러 차례 경고한 터라 더 궁금해졌다. 이씨는 궁금증 해결을 위해 근원물가 지표를 샅샅이 뒤져보다가 곧 의문점이 생겼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두 가지 근원물가 지표(①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②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중 어느 것을 더 우선해서 봐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두 가지 근원물가 지표 둔화 속도 달라

5일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6월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지만,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 상승률은 5월 4.3%에서 6월 4.1%로 0.2%포인트 떨어졌고,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은 5월 3.9%에서 6월 3.5%로 0.4%포인트 하락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를 기록,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다고는 하나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격차는 5월 0.6%포인트에서 6월 0.8%포인트로 오히려 더 벌어졌다. 통계청이 제시하고 있는 두 가지 근원물가 지표 각각의 둔화 속도도 다르다.


[통계의 함정]③헷갈리는 근원물가, 지표가 2개인데 뭘 봐야하나

이같이 두 가지 근원물가 지표가 서로 다른 것은 쉽게 말해 반영 품목 개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근원물가는 물가변동을 초래하는 여러 요인 중 일시적인 공급충격의 영향을 제외한 기조적인 물가를 의미하는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서 농산물 가격, 국제 원자재 가격 등의 변동 부분을 제거해 계산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거나 계절적 요인으로 농산물 가격 등이 일시적으로 뛸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 충격이나 불규칙 요인을 제외하고 기조적인 물가상승 흐름을 포착하기 위해 활용한다.


우리나라는 근원물가 지표로 2000년 2월부터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를 작성해 왔으며, 2010년 기준 지수부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에 의한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를 추가로 작성하고 있다.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는 상품·서비스 458개 조사품목 가운데 농산물과 석유류 관련 품목을 제외한 품목 401개로 작성한 우리나라 방식의 근원물가지수다. 반면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458개 조사품목 중 309개로 압축해 작성한다. 예를 들어 빵·곡류·육류·어류·과자·전기료·지역난방비 등은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에 반영되지만,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한은, 정책 결정에 OECD 방식 지수 활용

[통계의 함정]③헷갈리는 근원물가, 지표가 2개인데 뭘 봐야하나

통계청은 매달 근원물가 두 가지 지표를 발표하고 있지만, 한은이 근원 인플레이션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지표는 OECD 방식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다. 국내 물가 상황을 고려해 기준금리 결정을 하는 한은이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금융안정보고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 국내외 경제동향과 전망 등에 활용한다. 사실상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를 정책 결정에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가 국제비교에 용이하고, 반영 품목도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보다 100개 가까이 적은 등 핵심 품목으로 구성돼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다"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인플레이션으로 수렴해야 한다는 '수렴성' 측면에서도 OECD 방식이 더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2011년 근원물가지수 OECD 방식을 추가할 당시 중장기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물가 상승률 괴리가 최소화 돼야 한다는 '정합성' 측면에서는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가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6월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에 관해 한은 관계자는 "소비자 물가가 점차 근원물가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고 최근 둔화하기는 했지만, 절대적인 수준에서 근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이게 향후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조짐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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