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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떠들썩했던 '영어 열풍' 어디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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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떠들썩했던 '영어 열풍' 어디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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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일본에서 교수로 지낼 때 한국 영어 교육 관련 질문을 자주 받았다. 한국은 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영어 듣기 문제를 포함했고,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영어교육 관련 개혁이 미진했던 일본에서는 한국의 변화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일본은 2006년 대학 입시 공통시험에 영어 듣기 문제를 추가했고 2011년 초등학교 영어 교육을 도입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1990년대 이후 거의 제자리에 멈춰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떠들썩했던 영어 열풍은 확실히 가라앉았고, 관심 자체도 시들해진 느낌이다.


청일전쟁 이후 일제 강점기 시기까지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배운 외국어는 일본어와 영어였다. 광복 이후 일본어가 물러난 자리를 차지한 건 영어였다. 영어가 아니면 모두 제2외국어라는 지위로 물러났고, 20세기 말 영어의 영향이 커지면 커질수록 다른 외국어들은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었다. 인터넷 등장 이후 영어는 더 빠른 속도로, 더 강력한 힘을 가졌다. 디지털 혁명을 비교적 일찍 받아들인 한국이 영어에 더 높은 관심을 갖게 된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1990년대 영어 교육 관련 제도 개혁 후 국제적 흐름은 물론, 개인의 성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영어의 중요성에 대한 튼튼한 공감대가 사회 전반에 형성됐다.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면 영어 실력은 필수였다. 영어 열풍은 당연한 결과였다.


지금은 어떨까. 영어 열풍을 떠받치던 대학 진학의 난이도가 떨어지면서 영어 학습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줄었다. 이유는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것으로 오늘날 25~34세 한국인 가운데 무려 70%가 대학 졸업자라는 사실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렇다 보니 예전처럼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사회에 나가서도 영어는 옛날 같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IT와 인공지능(AI)의 발달은 경이롭다. 텍스트 번역은 거의 불편함이 없고, 영어가 모어가 아닌 이들끼리 만나면 각자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게 점점 가능해지면서 무조건 영어를 써야 했던 시대도 서서히 옛말이 돼 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영어는 더 이상 공부할 필요가 없어지는 걸까. 영어는 다른 의미에서 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간단한 의사소통이야 인공지능이 해결해주니 편리하지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의 요구에 AI가 제대로 된 답을 내놓는지를 판단할 필요가 점점 더 늘고 있다. 역설적으로 더 많은 영어 텍스트를 봐야 하는 시대가 돼가고 있는 셈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확한 질문을 입력해야 하는데 한국어로 입력한 나의 질문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정확한지 판단하려면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학습이 필요하다.


AI의 발달로 영어 공부는 더이상 할 필요가 없는 시대라고 단언하기보다 시대에 맞는 교육방식의 업데이트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영어, 나아가 외국어 학습이 필요 없는 시대라고 안주하는 대신 IT와 AI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새로운 환경에 맞춰 전면적인 개혁에 착수할 때임을 자각하자는 것이다. 너무 늦지 않았느냐고? 한국은 이미 1990년대 디지털 혁명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도 제대로 된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한국의 속담은 이 상황에서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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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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