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만큼 리스크도 큰 나라."
미·중 갈등 속에서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지만 인도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환경오염, 인프라 부족, 높은 규제 비용 등 경쟁국 대비 열악한 사업환경을 최대 애로사항으로 꼽는다. 종교·문화적 차이로 인해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먼 심리적 거리도 진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 대비 열악한 인도의 생산 인프라와 운송 체계는 기업들의 진출을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1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인도의 전력 송·배전 손실률은 열악한 시스템 등으로 주요국의 3배 수준인 17%에 달했다. 지역 간 전력 인프라 격차도 커서 상당수 지역에서 표준화된 생산이 곤란한 상황이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아시아·태평양연구부 교수는 "인도가 강력하게 유치를 희망하는 반도체 산업의 경우 인프라가 중요하다"며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내내 돌아가는데 전력 공급이 중단돼 버리면 손실이 크기 때문에 각 기업들이 자체 대비책을 갖추고 있더라도 정전 등 리스크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열악한 인프라, 보호무역주의 '걸림돌'
인도가 도로·철도·항만 등 운송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열악하다는 점도 제약요인이다. 물동량 기준 세계 50대 항구 중 중국이 14개를 소유하고 있는 반면 인도는 전무한 상황이다. 인도의 항구들은 대형 선박들이 진입하기에 지나치게 얕아 원활한 운송이 어렵고 물품검사도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 도로의 5%만이 고속도로며, 40%가 비포장도로다. 이에 인도 정부는 국가 인프라 파이프라인(NIP)을 발표했다. 규모가 10억 루피 이상인 인프라 프로젝트 중 중요도와 실행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를 선정해 2020~2025년 사이 추진하는 계획으로, 총 예상 투자액은 111조 루피(약 1726조원)에 달한다.
자국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인도의 보호무역주의도 해외기업 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인도의 관세율(최혜국 기준)은 2021년 기준 18%로 아시아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관세의 경우 사회보장세, 교육세 등 세부 항목이 많고 세율 계산도 단순합계가 아닌 복리를 적용하는 등 복잡해 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의 20% 수준에 불과한 저렴한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인허가, 법률 관련 비용이 높다는 점도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다양한 종교·인종을 가진 인도는 지방정부의 권한이 강한데 조세와 법률 등이 복잡해 외국 기업들의 생산기지 설립 등에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물류기업인 아마존의 경우 외국기업의 재고 보유와 일정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허용하지 않는 과도한 규제 등으로 지난해 인도 유통사업을 철수했다. 2019년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인도의 사업 용이성 세계 순위는 63위로 대만(15위), 중국(31위), 멕시코(60위) 등 주요 신흥국에 비해 뒤졌다. 온실가스 배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높은 사망률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의 온난화가 농업부문 위협요인으로 작용해 생산성을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 경상수지 적자폭 확대·국가부채 급증
거시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인도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나타냈으나 이 과정에서 경상수지 적자 폭이 확대되고 국가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인도 경상수지는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804억달러 적자를 기록, 2021년 334억달러 적자에 비해 적자폭이 확대됐다. 2021년 국가부채비율은 84.2%로 신흥국 평균인 63.7%를 크게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갖가지 리스크 요인에도 불구하고 인도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한국도 적극적인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도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2020년 인도에 유입된 해외직접투자액(FDI)이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2021~2022년 총 819억7300만달러의 FDI를 유치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도가 한국 기업에 있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중동과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는 허브지역이라는 점이다. 최 교수는 "2015년 한-인도 '특별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양국 관계를 격상하고 전임 정부가 추진한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인도를 상정했음에도 그동안 한국과 인도 간 외교안보 협력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양국은 모두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 미·중 전략경쟁 구도에서 갖는 전략적 이해, 산업구조 상 경제적 상호보완성과 제조업 공급망 협력 잠재력 등 거의 모든 주요 분야에서 이해관계가 수렴하는 만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인도남아시아팀 부연구위원은 "인도가 외교적·경제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으며, 중국에 대한 리스크를 다변화하려는 선진국과의 경제관계를 강화하고 있어 '프렌드 쇼어링'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해 12월부터 인도가 G20 의장국을 맡으며 글로벌 어젠다 수립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인도 포섭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주요국과 같이 한국정부도 인도와 더욱 밀도 높은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조사국 아태경제팀 박동훈 과장은 "우리나라는 인도의 생산기지 역할 확대로 성장이 기대되는 중간재와 자본재 시장 공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인도 소비시장의 빠른 성장에 대응해 수출품목 다변화를 통한 인도 내수시장 공략에도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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