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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트렌드]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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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트렌드]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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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시 새벽 풍물시장에서 햇땅콩을 샀다.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부모님의 아침 걷기 운동을 따라갔는데, 마침 가는 길목이라 얻어걸렸다. 이른 아침인데도 강변길은 걷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 시간대는 걷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높은 축이고, 밤에는 젊은 축이 많다고 한다. 동네라서 걷는 사람들의 사연을 알 수 있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걷는 사람 중, 심각한 수술 후 회복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사별 후 아이들을 키우느라 바빠서 병이 생긴 줄도 몰랐다고 한다. 걷다보니 건강해졌다고 한다. 반려동물과 산책 중인 80대 어르신은 아침 걷기를 하고 나면 입맛이 돌아 식사를 잘하게 된다고 한다. 걷기가 본인의 건강장수 비결이라고 했다. 허리 통증이 심해 간신히 서 있기도 힘든 지경에 이르러서야 살기 위해 걷기를 시작했고, 이제 3년차라는 씩씩한 분도 있었다. 매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걷는다고 한다. 실제로 필자 역시 오래 앉아 일하느라 허리가 뻐근했는데, 1시간 가량 걸었더니 몸이 개운해졌다.


바야흐로 건강의 시대다. TV를 켜면 건강기능식품이나 운동 프로그램 소개, 최신 헬스 기구들이 많이 나온다. 건강 솔루션이 넘친다. 이 중에서 시니어 세대에게 인기 높은 것이 걷기다. 각 지역의 둘레길을 탐방하는 여행같은 걷기부터, 북유럽에서 건너온 노르딕 워킹이라던가, 자연휴양림에서 맨발 걷기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다.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걷기 관련 민간 자격증은 80종을 넘었다. 그런가 하면 걸으면서 건강을 챙기는데, 돈도 벌 수 있는 상품들도 있다. 캐시워크, 토스, 포인트베리 앱을 통해 등록을 하면, ‘걷기 포인트’를 적립해서 상품과 교환할 수 있다. 은행들은 걸으면 보너스 금리를 주기도 한다. 보험사나 보건복지부는 진료비 절감 및 질병 예방 차원에서 건강지킴이 프로그램으로 걷기를 권장한다. 쓰레기를 주우면서 걷는 ‘에코워킹’처럼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들도 걷기 관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고객 건강 챙기기를 위함은 물론 저탄소 친환경 활동과도 연관이 있다.


걷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특별한 장비 없이도 누구나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있는 경제적이고 안전한 운동이다. 시니어 건강전도사 이시형 박사는 걷는 것만으로도 세로토닌 호르몬이 분비되어 행복해진다고 했다.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기초 단계라는 것이다. ‘아침마당’ 프로그램에서도 ‘바니걸스’라는 척추관리 팁을 소개할 때,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걸’으세요, ‘스’트레칭 하세요”처럼 걷는 것을 강조하였다. 최대혁 서강대학교 체육과 교수에 따르면, 우리는 걷기를 통해서 ‘심폐 기능 향상, 혈액 순환 촉진, 체지방 감소, 골밀도 유지 및 증진, 스트레스와 우울증 감소 및 면역력 향상’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걷기는 생각보다 복잡한 공식으로 이루어진다. 보행(?行)의 백과사전 정의를 살펴보면 하지의 관절, 근의 연속운동에 의해서 몸의 중심이 앞으로 이동하도록 도모하는 행위다. 다수의 관절(슬관절, 족관절, 고관절)이나 골반, 수백개의 뼈와 근육이 동시에 움직인다. 잘 걸을 수 있을 때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발목을 삐끗하거나 다리를 다치면 바로 보행장애를 겪고 당황하게 된다. 걷는 것이 쉽지 않음을 깨닫기 때문이다. 로봇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도 인간의 걸음걸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인간의 몸이 걷는 행위는 신비롭다. 요즘은 전문적인 걷기법을 배운다고 ‘시니어 모델’ 수업을 듣는다거나 재활의학 전문가들이 영상강의를 통해 배에 힘을 주고 등을 곧게 펴는 등의 올바른 걷기 방법을 가르치기도 한다.


걷기 트렌드는 사실 역사가 오래 되었다. 이어령 교수가 ‘한국인 이야기’란 책에서 대학생들의 국토 대장정을 격려하며 “걷는다는 것은 내가 자유로운 인간이요, 한국인이라는 것을 지구 위에 새기는 황홀한 도전인 것입니다”라고 했을 정도다. 고대엔 지도(地圖)를 만들기 위해 어디든 걷는 사람들이 있었고, 삶의 의미를 찾아서 순례자의 길을 걷는 사람들도 있었다. 현대 사회에는 문명의 급격한 발전으로 이동 수단 등 편의가 증진되면서 신체 활동이 줄었다. 따라서 운동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인은 ‘러닝(뛰기)’하고 일본인은 ‘아루끼(あるき 걷기)’ 했다. 의미있는 시도도 있다. 국제걷기대회가 그 중 하나다. 내년이면 한국국제걷기대회가 30주년을 맞는다. ‘(재)대한걷기연맹’을 통해 지금도 10월이면 둘레길을 걸으려고 일본, 대만, 네덜란드 등 세계 각국 사람들이 원주로 모인다. 또, 신중년 참가자들을 위한 ‘한국판 산티아고의 길’이 영덕에서 시작됐다. ‘블루로드 대장정’이란 프로젝트로, 3박4일간 뚜벅이 마을을 걸으며 퇴직 후 새로운 발걸음으로 인생 3막을 구상하려는 것인데, 모든 회차가 마감이다.


시니어 세대를 위해 언제든 편하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걷기 전용 기구나 증강현실을 활용해 실내에서도 산책로를 걷는 것처럼 하는 장치도 등장했다. 혼자서도 할 수 있고, 함께 걸을 수도 있다. 걸으면서 소액이지만 돈도 벌 수 있고, 병원에 덜 가도 되고, 긍정적인 마음을 얻는다. 걷는 것은 지구에도 무해하다. 따라서 현재의 걷기 트렌드는 꾸준할 것 같다. 우리가 나이를 먹는 것을 멈출 수는 없지만, 노화를 늦출 수는 있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시니어들이여, 당장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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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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