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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마오'를 조롱한 예술가…무기는 '알록달록' 실크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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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토요일 오후에 서울 강남구 청담동 탕컨템포러리아트 전시회를 다녀왔다. 주말은 거의 외출을 하지 않는데, 이날만큼은 예외였다. 이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중국 반체제 미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66)의 개인전 때문이었다.


신문에서 이 전시회 리뷰를 접하고 ‘한번 가볼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읽고 ‘주말 외출’을 결심했다.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 나온 아래 대목이 결정적으로 나를 촉발했다.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마오'를 조롱한 예술가…무기는 '알록달록' 실크스크린 앤디 워홀의 '마오 초상화'. 사진=조성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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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으로 김일성 초상화를 가리켰다고 임신 6개월의 여성이 2017년 처형됐다. 한국 드라마를 봤다고 16~17세 청소년 6명이 2015년 원산에서 공개 총살됐다 …’


손가락으로 김일성 초상화를 가리킨 게 도대체 무슨 죄가 된다는 말인가. 손가락은 무엇을 가리키라고 있는 것인데-. 분노가 치밀었다. 북한에서 태어났으면 내 자식이 저런 꼴을 당할 수도 있지 않은가. 아이웨이웨이 전시회장으로 달려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1989년 '마오쩌둥'에 달걀 던진 천안문 광장의 세 남성


타임머신을 타고 1989년 여름 베이징으로 가보자. 천안문 광장에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4월15일부터 시작된 시위는 처음에는 대학생들이 주도했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합류해 천안문 광장을 가득 채우며 시위는 장기화하였다.


천안문광장 한쪽 끝은 자금성(紫禁城)과 연결된다. 자금성을 둘러싼 해자를 건너면 마오쩌둥(毛澤東. 이하 마오)의 초상화가 내걸린 문이 보인다. 이날 천안문 광장 시위대 속에는 지방에서 작심하고 올라온 남성 3명이 있었다. 이들은 시위대에서 벗어나 해자 다리를 건너 마오 초상화 밑으로 갔다. 그리고 가방을 열고 준비해온 달걀 꾸러미를 꺼냈다. 이들은 달걀에 바늘로 작은 구멍을 뚫고 그 안에 빨강·검정·노랑·파랑 페인트를 집어넣었다. 이들은 있는 힘을 다해 힘껏 초상화를 향해 달걀을 집어 던졌다. 몇 개는 힘이 모자라 초상화에 닿지 못한 채 벽에서 깨졌다. 그중 몇 개의 달걀이 마오 초상화에 명중했다. 빨간색 페인트, 청색 페인트, 검정색 페이트가 흘러내렸다. 이중 빨강 페인트가 마오의 청색 인민복에 제법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마오'를 조롱한 예술가…무기는 '알록달록' 실크스크린 1989년 천안문광장을 가득 메운 시위대. 사진=구글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그러나 이들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숨 막히는 공산당 일당독재에 저항하는 방법은 이것 말고는 없었다. 이들 세 명은 현장에서 공안에 체포되었다. 그리고 반혁명 파괴 및 선동죄로 재판에 넘겨졌다. 주동자는 종신형 나머지 두 명은 각각 20년, 16년형을 선고받았다.


천안문광장 시위는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6월 4일 끝났다. 탱크를 앞세운 인민해방군은 시위대에 발포했다. 광장이 피로 물들었다. '천안문광장 시위, 천안문광장 학살, 6월 4일의 청소' 등으로 불리는 이 사태로 몇 명이 죽었는지는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최소 수백명에서 최대 수천 명에 이른다고만 전해질뿐이다.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마오'를 조롱한 예술가…무기는 '알록달록' 실크스크린 '마오의 초상화에 남겨진 흔적들’사진=조성관 작가

1989년 그해 여름, 아이웨이웨이는 서른두 살이었다. 작가는 다짐했다. 계란을 던진 세 남자를 절대 잊지 않겠노라. 작가 아이웨이웨이의 무기는 붓이 아닌 레고 블록(lego block)이다. 레고는 어린이들의 놀이 도구다. 레고로 만들지 못할 것은 없다. 모든 걸 다 시도해볼 수 있다. 레고는 무한대의 독창성이자 무한대의 자유의 상징! 그는 중국에서 추방된 2014년 이래 영국과 같은 자유세계를 떠돌며 전체주의 중국을 비판하는 작품을 만들어왔다. 2019년 드디어 ‘마오의 초상화에 남겨진 흔적들’(308X231cm)이 태어났다.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세 중국 남자의 저항이 30년 만에 예술로 승화되었다.


탕컨템포러리아트는 지하실에 있다. 엘리베이터로 내려가 몸을 틀자 전면에 문제작이 관람객을 맞는다. 모든 미술작품은 멀리서 보고 다시 가까이 다가가 감상해야 한다. 레고를 하나하나 붙여서 만든 아이웨이웨이는 더 그렇다. 미술관 입구서 보면 흰색 캔버스에 별 의미 없는 페인트 자국이 묻은 것 같다.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마오'를 조롱한 예술가…무기는 '알록달록' 실크스크린 2017년의 아이 웨이웨이. 사진=위키피디아

중국에서 마오의 초상은 신성불가침의 대상이다. 마오의 초상은 어떤 예술적 상상력도 허용되지 않는다. 1989년 천안문광장에서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중국에선 어떤 표현의 자유도 허용되지 않는다. 아이웨이웨이는 공산 독재자의 초상을 빼버린 채 페인트 흔적만으로 그날의 상황을 은유했다.


앤디 워홀 '립스틱 짙게 바른 마오' 창작


장면을 1960년대 후반 뉴욕으로 옮겨본다. 뉴욕은 크로스오버의 도시다. 표현의 자유는 무한대였고, 장르의 경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뭐든지 도전해볼 수 있었고, 재능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졌다. 일본과 독일을 거쳐 뉴욕에 둥지를 튼 백남준은 존 케이지, 머스 커닝엄, 오노 요코, 존 레논 등과 어울리며 마침내 미디어 아트라는 신세계를 꽃피웠다.


그 맨해튼의 한쪽에서는 슬로바키아 이민 2세가 새로운 예술을 모색했다. 앤디 워홀이었다. 그는 제스퍼 존스, 로버트 라우셴버그의 성공을 보며 결심했다. 인물이나 풍경화 같은 건 그리지 않겠다. 미국인이 매일 먹는 캠벨 수프통조림을 그려 전시회에 내놓았다. 기성 화가들은 워홀에게 분노했지만, 대중은 환호했다. 워홀의 팝아트는 이렇게 탄생했다.


워홀은 또 다른 시도를 한다. 실크스크린(silkscreen) 기법을 이용해 초상화를 그리기로 한 것이다. 뭐하러 힘들게 붓질을 해서 초상화를 그리나. 조금씩만 변화를 주어 실크스크린으로 찍어내면 되지. 실크스크린 기법은 데칼코마니처럼 미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이것으로 초상화를 그리겠다고 한 사람은 워홀이 최초였다.


1962년 8월, 마릴린 먼로가 LA에서 약물남용으로 숨졌다. 그는 먼로의 출세작 ‘나이아가라’에 나오는 스틸 사진으로 초상화를 제작했다. ‘슬픔의 성녀(聖女) 마릴린’이다.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새로운 초상화가 탄생하자 뉴욕을 비롯한 세계 미술계는 충격에 빠졌다. 워홀은 세계적 명사의 초상화를 이 방법으로 제작했다. 급기야는 세계적 명사들이 워홀에게 초상화를 의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마오'를 조롱한 예술가…무기는 '알록달록' 실크스크린 앤디 워홀의 '마오 초상화' 연작 시리즈. 사진=조성관 작가

1972년 마오는 닉슨 대통령을 중국에 초청했다.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세계적인 뉴스였다. 이 세기적인 이벤트가 워홀에게 상상의 불꽃을 튀게 했다. 마오의 초상화 사진을 자유자재로 색조의 변화를 줘 초상화를 제작했다. 워홀은 마오의 입술에 붉은색 립스틱을 칠했다. 인민복도 붉은색으로 바꿨고, 배경색도 연초록으로 칠했다. 순식간에 마오의 권위적인 분위기는 휘발되고 귀염성 있는 지도자의 이미지가 탄생했다. 미국인은 더이상 공산주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졌다. 워홀은 1973년까지 마오의 초상화를 199개나 제작했다. 직접 구매할 여력이 없는 대중은 복제품을 찾았다. 미국인들은 거실이나 식탁에 걸린 중국의 절대 권력자를 보며 마음껏 비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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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1989년 천안문광장에서 마오의 초상화에 계란을 투척한 세 남자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반체제 아티스트 아이웨이웨이는 여전히 몸조심 중이다. 지난 2021년 서울 여의도 ‘더현대’에서 열린 <앤디 워홀전>에 립스틱 짙게 바른 마오가 걸렸다. ‘마오 초상화’ 연작이 한국에 전시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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