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사무실 공실률 13%
2008년 금융위기 웃돌아
미국의 사무실 공실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공실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침체 조짐을 보이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은행 위기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코스타그룹을 인용해 미 사무실 공실률이 올해 1분기 12.9%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공실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코스타그룹이 2000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로 최고 수준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전자상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사무실과 상가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특히 직장인 1인당 차지하는 사무실 면적은 2015년 대비 12% 줄었다.
수요 감소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강도 긴축 기조가 겹치면서 미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연일 하락세다. 부동산 조사업체인 그린 스트리트에 따르면 지난해 초 이후 사무실 빌딩 가격은 25% 하락했고, 쇼핑몰 가격은 19% 내렸다. 쇼핑몰 가격의 경우 2016년과 비교하면 44% 급락해 사실상 반토막난 것으로 추산된다.
데이터센터, 창고 등 일부 상업용 부동산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전체에서는 일부에 불과하다. 사무실, 소매점 등 대다수의 상업용 부동산 중 상당수는 붕괴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임대기간이 끝나면 기업들은 사무실 공간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소매점 역시 향후 5년간 5만개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UBS AG는 내다봤다.
부동산 침체의 여파는 은행권에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은행권 위기의 시발점이 된 중소형 은행에 충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상업용 부동산 소유주의 경우 고금리, 공실 확대에 따른 대출비용 증가에다가, 부동산 가격 하락 및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신규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이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로 이어져, 관련 대출 노출 비중이 높은 은행의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소형은행은 전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40%를 쥐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은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 4위 은행인 웰스파고의 올 1분기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은 1년 전보다 50% 가까이 늘어났다. 미국에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는 총 4500억 달러다.
론 오핸리 스테이트 스트리트 최고경영자(CEO)는 "상업용 부동산 특히 사무실이 가장 우려된다"면서 "등급별로 보면 A급은 임대료가 하락해도 견디겠지만 B급, C급 부동산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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