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작가 겸 글쓰기 전문강사 이동영
매일 정해진 시간·정해진 분량만큼 쓰는 연습
자기생각 드러내다 보면 내면이 치유되는 효과도
"글쓰기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정식으로 글쓰기를 배운 적도, 문단에 등단한 적도 없어요. 다만 학생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독서나 필사 모임을 계속 해왔고, 제가 쓴 글을 꾸준히 온라인에 올렸더니 작가로서의 길이 열리더라고요."
이동영(37·사진) 작가는 카카오가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잘 알려진 에세이스트이자 10년차 글쓰기 전문강사다. 브런치 구독자만 1만2000명이 넘는다. 대학 졸업 후 홍보대행사에서 대기업과 정부 산하기관의 뉴미디어 콘텐츠 기획홍보 업무를 하며 틈틈이 글을 쓰고 사내강연을 하다 아예 전업작가 겸 글쓰기 강사로 나섰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퇴사학교'를 비롯해 여러 기업, 공공기관, 초·중·고·대학교 등에서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전연령을 대상으로 글쓰기를 가르친다. 글쓰기 노하우를 담은 <너도 작가가 될 수 있어>를 비롯해 에세이집 4권을 냈고, 다음달 또 다른 책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 작가에게 '필사'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 활동이었다고 한다. 독서 모임을 통해 만난 지인들과 책을 읽고 소감을 나누면서 좋은 글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필사 모임을 만들었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면서 입소문이 나 이곳 저곳에서 새로운 모임을 기획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작년엔 한글과컴퓨터에서 한컴타자연습의 새 버전을 만든다며 자문을 부탁하기도 했다. 업그레이드된 '한컴타자연습 2023' 프로그램엔 기존처럼 주어진 단어나 문장을 빠르고 정확하게 치는 게임 형태의 타자 연습 뿐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는 글이나 소설을 입력하는 필사 방식이 포함됐다.
"필사는 '느리게 읽는 독서 행위'라고 할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의 글을 베끼는 것이지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보니 독자 입장에서 한 문장 한 문장을 사유하는 마음으로 꾹꾹 눌러쓰다 보면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오랜 기간 따라 쓰다 보면 글쓰기 실력도 늘지요. 물론 남들이 좋다니까 억지로, 또는 무작정 필사하는 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작가는 자신도 처음부터 글을 잘 쓴 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10여년 전 한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게시판에 글을 쓰곤 했는데, '이동영 님의 글은 예쁘고 좋긴 한데 무슨 말인지 너무 어려워요'라는 댓글이 달렸어요. 문득 내가 나만 좋은 글을 쓰고 있구나, 쉽게 읽히는 글을 써야겠구나 비로소 깨달은 거예요." 이후 자신만의 세계에서 혼자 신나게 글을 쓰기보단 독자 입장에서, 잘 읽힐 만한 글을 쓰려는 노력이 더해졌다.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한 글에 '문장이 너무 좋아요'라는 팬심 가득 담긴 칭찬부터 '작가님 글에 위로를 받아 나쁜 선택을 하려던 마음을 접었습니다'라는 구구절절한 사연의 메시지를 받으면서 "계속 글을 써야겠다, 글을 허투로 쓰면 안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한다.
흔히 글쓰기를 '자기표현의 도구'라 일컫듯, 이 작가는 글쓰기야 말로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발견해 나갈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처음 만나는 수강생들에게 내주는 과제도 '내가 듣고 싶은 말'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등 주로 스스로를 들여다 보는 글쓰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글쓰기라는 건 일단 표현하고 싶은 욕구에서 시작하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말을 하거나 음악이나 그림으로 자신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글쓰기는 배우지 않아도 혼자 할 수 있고, 당장 시작할 수 있고, 돈이 들지 않아요. 요즘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글을 써서 대중에게 공개할 수도 있고요."
글을 쓰고 싶지만 막상 펜을 들기 어렵다는 사람들은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물었다. 이 작가는 "우선 매일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분량 만큼의 글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써보라"고 조언했다. 하루 20~30분 일상 속에서 일정한 루틴에 따라 글쓰기를 습관화하다 보면 "숨 쉬듯, 밥 먹듯, 글쓰기도 그렇게 쉽게 되는 순간이 온다"고 했다.
글을 잘 쓰게 되면 말도 잘 하게 되는 효과는 덤이다. "글을 쓰려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하기도 하잖아요. 그러다 보면 말을 할 때 주술 호응이 잘 맞고, 평소보다 더 정갈하게 말이 나오고, 또 말에 담긴 메시지가 분명해져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해 일상을 기록하거나 마음을 가다듬고 감상을 쓰다 보면 스스로의 내면이 치유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로 쌓여던 감정이 해소되고 해방감을 느끼는 것이다.
"잘 쓴 글에 대한 고상한 편견은 접어버리세요. 글을 잘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면 좋은 글을 쓰려는 태도입니다. 내 생각과 이야기를 글에 담아 일단 자신있게 시작해 보세요!"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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