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규 경남도 경제부지사, 필사로 시작하는 하루일과
2021년부터 필사 시작…감수성 쌓이며 업무에도 도움
하루만보 걷기는 생활화…의료사각지대 해소에도 노력
김병규 경남도 경제부지사의 하루는 아침 6시부터 시작된다. 시 한 편과 그날의 성경 말씀을 필사해 지인들에게 보낸다. 책장에 꽂힌 시집이나 인터넷에서 찾은 시, 계절에 따라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시 등을 그날그날 감정에 따라 골라 쓴다. 봄꽃이 만발하는 요즘은 목련, 개나리, 매화, 벚꽃 등에 대한 시를 옮겨쓴다. 오전 6시 30분부터 오전 7시까지 30분간 유튜브에 나오는 스트레칭 동영상을 보며 스트레칭과 근육운동을 한다. 오전 8시 10분경에 출근해서는 각종 보고와 회의, 미팅은 물론이고 지역 행사, 간담회, 현장방문, 중앙정부 및 국회와의 업무협의 등을 거쳐야 하루가 끝난다. 가끔 녹초가 되는 일도 있지만 매일 아침의 루틴이 바뀐 적은 없다. 오히려 새로운 루틴, 필사습관을 몸에 익혔다.
김 부지사의 필사 습관은 2021년 시작됐다. 중학교 동창 중 한 명이 단체대화방에 좋은 습관 만들기를 하자고 제안하고 부터다. 그날부터 매일 시 한 편과 하루 만 보를 걷기로 했다. 원래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못 하던 성격이었다. 그런데 매일 아침 한 자 한 자 눌러 쓰자 집중력이 올라가고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기획재정부에서 30년 바쁘게 살면서 감성을 키울 기회가 없었는데 필사 덕에 시적 감수성도 쌓이고 있다"면서 "나중엔 자작시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부지사는 지금까지 필사한 것 중 가장 좋아하는 시로 영국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가장 아름다운 것’을 꼽는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실과 믿음이 한 소녀의 입맞춤에 들어있었다는 구절이 정말 시적"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정지용 시인의 ‘호수’라는 시를 좋아하게 됐다.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수밖에’ 라는 구절이 그리움을 잘 표현한 것 같았다.
김 부시자는 필사 이전부터 하루 만보 이상 걷기를 생활화했다. 저녁이면 종종 관사에서 나와 창원시청 옆 용지호수까지 걷는다. 호수 주변을 돌며 보는 야경을 좋아한다. 그는 "걷기는 더 늙어 걷는 것이 어려워질 때까지 할 것"이라면서 "서울 정동에 살았을 때 정동길과 청계천 길을 걸으며 운치 있고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란 느낌을 받았는데, 창원에서도 그런 걷기 좋은 장소를 찾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진주 출신의 그가 추천하는 코스는 진주 진양호에서 남강변을 따라 걷는 코스다. 강을 따라 걷다 보면 촉석루와 서장대를 만나고 건너편에도 걷는 길이 있어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다. 지난 3월 개통한 진주혁신도시 속사교에서 금산면 송백지구 금산교까지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를 따라 걸으면 강과 바람, 산뜻한 공기를 만날 수 있다. 지금도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매일 그냥 있었던 일과 생각나는 일을 간단히 기록은 하고 있다. 뇌 건강을 위해 매일 30분 이상 독서하는 습관을 가지고 싶고 이 습관이 루틴화 되면 매일 1시간 이상으로 늘려 볼까 생각하고 있다.
김 부지사의 3년 후 목표는 필사한 시 작품 중 200편을 골라 전자책으로 만드는 것과 산티아고 순례길로 유명한 스페인과 티베트, 이스라엘 등 세계 3대 순례길을 여행하는 것이다. 또 다른 목표는 경남이 과거 같은 경제발전 중심지로서 위상을 되찾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다. 경남도민의 건강을 위해서는 의료취약지 도민을 위한 찾아가는 순회 무료 검진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 부지사는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이어가려면 자신만의 꾸준한 루틴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처음부터 하루 만보 하루 천자를 채우진 못하더라도 하루만보하루천자 캠페인을 따라 천천히 습관을 들이면 어느 새 생기 넘치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지사는 진주 출신으로 진주고와 연세대 경제학과, 미 오리건주립대 경제학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3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1991년 공직에 입문했으며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 기재부 재산소비세정책관, 세제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7월부터 경남도 경제부지사를 맡고 있다. 기재부 당시 직원들이 닮고 싶은 상사에 2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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