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대표적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예상치 못한 감산 결정으로 인해 향후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Fed의 임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불러드 총재는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OPEC+의 감산 결정은) 놀라운 일이었다"며 "지속적인 여파를 미칠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하는) 열린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가는 변동이 심해 정확히 따라잡기 힘들다"면서 "일부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낮춰야 하는) Fed의 일을 조금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OPEC+가 감산 결정을 발표하면서 시장에서는 브렌트유 가격이 연말까지 최고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감산 결정에 따라 올 연말과 내년 말 브렌트유 전망치를 각각 배럴당 95달러, 100달러로 5달러씩 상향한 상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장중 한때 8%이상 치솟기도 했다. 오후 현재 6%이상 오른 배럴당 80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우선순위를 둬온 Fed의 금리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Fed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의 매파적 금리인상 스탠스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대표적 매파로 꼽히는 불러드 총재 역시 이러한 부분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불러드 총재는 올해 유가 상승세가 자신의 기존 예상과 일치한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2023년 상반기 중국이 예상보다 빨리 (리오프닝으로) 돌아왔고 유럽도 경기침체를 피하고 있어 어쨌든 높은 유가를 예상했다"면서 "미국의 강력한 지표 역시 원유시장에 황소장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불러드 총재는 앞서 올해 미국의 최종금리가 5.625%까지 올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Fed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4.75~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다음 회의는 5월2~3일에 열린다.
시장에서도 Fed가 5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좀 더 강화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56%이상 반영하고 있다. 전날 48%대보다 높아진 수치다.
하지만 Fed가 주로 주시하는 물가지표가 변동성이 높은 유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라는 점에서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도 나온다. 금리 동결 전망은 43.6%다.
이번 주에는 Fed의 통화정책 결정에 여파를 미칠 수 있는 미국 3월 고용지표들과 PMI 발표, ADP 급여보고서 등 주요 지표들도 줄줄이 예정돼있다. 월가에서는 오는 7일 예정된 고용보고서에서 3월 비농업 신규고용이 24만명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월 31만1000명에서 추가 감소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실업률은 전월과 동일한 3.6%로 예상하고 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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