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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1년]①전환점 맞은 21세기 첫 '하이브리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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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공간 여론전 치열해진 전장환경
사상최초로 실시된 석유 가격 상한제
러 대대적 공세준비…전쟁 장기화 우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개전 초 사흘 안에 끝난다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써 1년이 지났다. 세계 2위 군사대국이라던 러시아의 예상치 못한 고전 속에 양측이 참호전을 이어가면서 좀처럼 휴전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육상과 해상, 공중 등 재래식 전력을 중심으로 한 화력전은 물론 사이버공간에서의 여론전까지 펼쳐지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 환경에서는 재래식 전력만 압도적이라고 승리를 거머쥘 수 없음이 확인된 셈이다. 국제 여론전에서 완패한 러시아가 전범국가로 서방의 고강도 제재에 놓이면서 역사상 유래가 없는 에너지에 대한 가격제한선이 설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소강상태를 보였던 양국간 전쟁은 봄이 시작되면서 다시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칫 이번 분쟁이 앞으로 2~3년간 계속 이어지며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우크라 침공 1년'

[우크라 침공 1년]①전환점 맞은 21세기 첫 '하이브리드 전쟁'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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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뼈아픈 우크라戰 1년 성적표…"탱크 전력 절반 상실"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아 주요 외신들은 러시아군의 심각한 손실을 앞다퉈 보도했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집계한 결과 러시아군은 개전 이후 지금까지 보유 중이던 공격용 탱크의 40% 정도를 상실했다. IISS는 보고서를 통해 "전쟁 이전과 비교할 때 러시아가 전투 탱크를 2927대에서 1800대로 38.5% 이상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며 "2013년 도입한 최신 T-72B3 등 주력 탱크에 한정하면 손실 비율은 50%까지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군사정보 사이트인 오릭스(Oryx)도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 전차 1000대 이상이 파괴된 것으로 집계했으며 이중 544대는 우크라이나군에 나포되고 79대는 손상, 65대는 버려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이미 개전 이후 사상자가 10만명을 넘어서고, 최근 하루 사망자가 800~1000명에 이를 정도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 침공 1년]①전환점 맞은 21세기 첫 '하이브리드 전쟁'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국제 여론전에서 패배한 러시아…"모든 곳이 전장"

전쟁 초반만 해도 러시아의 압도적인 파상공세가 예상됐던 것과 달리 러시아군이 매우 부진한 모습을 보인 이유는 여론전에서의 실패가 큰 요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만 하더라도 대부분 외신들은 우크라이나가 사흘을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전세계 각국의 군사력 순위를 측정하는 싱크탱크인 미국 글로벌파이어파워(Global Firepower)의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 러시아는 2위, 우크라이나는 22위로 상당한 격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타스통신 등 러시아 국영언론들이 개전 3시간만에 우크라이나의 제공권을 장악했다고 보도하면서 전쟁은 금방 끝날 것이란 관측들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내에서도 이미 패색이 짙어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이 불필요할 것이란 주장까지 나왔었다.


러시아는 개전 전부터 각종 가짜뉴스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통시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각종 SNS에 가짜정보를 퍼뜨리는 온라인봇 계정을 수백개씩 만들어 전쟁 초반 우크라이나군이 완전히 패배했고, 일주일 내로 우크라이나 전역이 함락될 것이란 내용의 가짜뉴스를 퍼뜨렸다.


[우크라 침공 1년]①전환점 맞은 21세기 첫 '하이브리드 전쟁'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하지만 뒤이어 우크라이나 정부가 SNS인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선상황을 계속 전하며 러시아측의 가짜뉴스를 반박하는 내용을 올렸다. 뒤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키이우에서 결사항전 의지를 강조하는 동영상을 올리면서 국제여론이 완전히 달라졌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2월26일, 수도 키이우가 함락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밤중에 측근들과 포격소리가 울리는 키이우 시내를 돌아다니며 "나는 아직 키이우에 남아있고,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짧은 동영상을 텔레그램 계정에 올렸다.


이후 미국과 서방의 각종 지원이 본격화됐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대러제재 방안이 거론됐다. 이때 여론전에서 크게 패한 러시아는 이후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공공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고 유엔인권이사회 퇴출에 이어 카타르 월드컵 등 스포츠 행사에서도 퇴출돼 국제적 고립이 심화됐다.


전문가들은 예전 전쟁과 달리 하이브리드 전쟁 경향이 강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SNS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공간상의 여론전이 승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테이야 틸리카이넨 핀란드 국제문제연구소장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직접적인 군사 행동을 취하지 않고도 다른 국가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모든 공간이 전장"이라며 "SNS상의 가짜뉴스, 선거개입 등 새로운 하이브리드 전쟁 위협에 대비해 각국은 대응력을 키워놔야한다"고 설명했다.


◆자본 VS 자원의 대결…에너지 가격제한선 첫 등장
[우크라 침공 1년]①전환점 맞은 21세기 첫 '하이브리드 전쟁'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는 사상 최초로 에너지자원에 대한 가격제한선이 설정되며 새로운 방식의 광범위한 경제제재가 도입됐다는 점이다.


CNB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5일부터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는 러시아산 석유가격 상한제에 돌입했다. 이에따라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올해 7월 초까지 배럴당 60달러의 가격상한제가 적용 중이다. 해당 가격 이상으로 러시아산 원유 판매가 금지되면서 러시아의 석유수출 수익은 기존보다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EU에 따르면 러시아는 매일 1억6000만달러(약 2050억원)씩 손실을 보고 있다.


러시아 석유가격 상한제 실시는 그동안 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OPEC+) 내 산유국들이 정하던 석유가격 담합을 석유 소비국가들이 모여 단행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조치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대러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가격상한제에 크게 반발하면서 산유국과 소비국간 외교적 마찰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타난 또다른 이례적 모습은 다국적 기업들의 러시아 시장 전면철수였다. 애플, 스타벅스, 이케아 등 글로벌 브랜드들은 물론 2차 세계대전과 냉전기에도 적국에서 사업을 영위한 바 있는 코카콜라와 맥도날드와 같은 기업들까지 러시아 시장에서 모두 철수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예일대 연구진의 조사결과 개전 이후 3개월만에 러시아에서 사업을 영위하던 서방 기업 1000여개 기업이 러시아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강력한 대러제재와 SNS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전쟁범죄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다국적 기업들도 막대한 손실을 각오하고 러시아 시장을 포기하고 철수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러 대대적 공세 준비"
[우크라 침공 1년]①전환점 맞은 21세기 첫 '하이브리드 전쟁'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이 되는 24일을 기해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앞으로 전쟁이 2~3년간 더욱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14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우크라이나국방연락그룹’(UDCG) 회의를 주재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봄에 언젠가 (러시아를 상대로) 공습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러시아가 여전히 상당한 규모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방공 능력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당국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주요 전선에 이미 2000대 이상의 탱크와 항공전력을 집결하고 있다며 각국에 신속한 무기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M-1 에이브럼스 탱크 31대 지원을 약조하고, 독일과 유럽국가들이 180대 이상의 레오파드1, 레오파드2 탱크를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러시아의 공세 전까지 배치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 상반기까지 아무리 서둘러도 50대 정도 지원만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러시아 내에서도 앞으로 전쟁이 3년 이상 갈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11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이자 러시아 용병부대인 바그너그룹의 소유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러시아 군사블로거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역을 장악하는데 앞으로 1년 반에서 2년 정도 더 걸릴 수 있다"며 "전쟁의 목표가 드니프로 강 동안 전체 점령이라면 3년 정도 소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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