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화웨이·텐센트, 동남아 투자↑
美 IT 대기업들과 동남아 시장 경쟁 심화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수요가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시아 시장을 두고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 중국 IT 업체들이 시장 주도권을 쥔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 중국 업체들이 동남아 시장 선점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알리바바와 화웨이, 텐센트 등 중국 IT 업체들은 향후 수년간 동남아 지역에 수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쏟아붓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중국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알리바바는 지난해 9월 향후 3년간 10억달러의 신규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고 올해 1월 싱가포르에 국제 사업 본사를 짓기로 했다. 화웨이는 디지털 정부와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태국과 말레이시아에 정부 기관을 돕기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중국 클라우드 업체들이 이처럼 투자에 나선 건 업계 선두 주자인 미국 업체보다 동남아라는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1위는 아마존 AWS(34%·2022년 3분기 기준)다. 뒤이어 MS의 애저(21%), 구글 클라우드(11%), 알리바바 클라우드(5%) 순이다. 텐센트는 2%, 화웨이는 그보다도 더 적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동남아에서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WSJ이 분석한 미국과 중국 등 6개 클라우드 업체의 가용영역(Availability Zone·AZ)을 보면 동남아 지역에서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가 총 25개로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의 15개를 크게 웃돌았다. 복수의 데이터 센터가 서로 연결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백업하는 가용영역은 클라우드 서비스에 필요한 장치다.
WSJ는 "아마존과 MS의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이 싱가포르와 같은 시장의 점유율을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있긴 하지만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와 같은 신흥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미국 업체에 앞서 먼저 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태국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이 구글을 넘어섰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중국 업체들은 아마존, MS, 구글 등에 비해 가격 민감도가 높은 고객에게 가격이 20~40% 저렴한 서비스를 제시해 사업을 따내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업체들이 수익은 다소 줄어들 수 있어도 중소기업 고객을 다수 확보할 수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또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와 디지털 금융, 텐센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회사 위챗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관련 업체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 기반 시장조사업체 트윔빗의 제시 텅 공동 창업자는 미국 업체의 주도권이 순식간에 뒤집히진 않겠지만 중국 업체들이 오랫동안 이 지역에 들어와 있다면서 중국 업체들이 현지에 인재를 양성하고 중국 기술 인프라와 생태계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투자를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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