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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잡는 항암바이러스…백시니아 바이러스 기반 대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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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내 증식해 파괴
해외선 수천억대 기술계약
국내 신라젠 SJ-600 시리즈 주목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바이러스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병원체'를 떠올린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부른 제2형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급성 위장염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바이러스를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는 '항암바이러스(oncolytic virus)'가 대표적이다.


암세포 내 증식해 파괴하는 '항암바이러스'

항암바이러스는 감염력이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유전자 조작한 것으로 암세포 내에서 증식해 암세포를 파괴한다. 몸속에 항암바이러스를 투입하면 바이러스가 암세포에 침투해 증식을 반복하고, 결국 암세포가 사멸하면서 내용물이 세포 바깥으로 유출된다. 암세포가 터지면서 숨어 있던 항원이 드러나 인체의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원리다. 직접적인 암세포 살상은 물론 면역 체계를 움직여 항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생겨난 항체는 암세포를 기억해 암의 재발도 억제한다.


암세포 잡는 항암바이러스…백시니아 바이러스 기반 대세로 암젠의 항암바이러스 기반 흑색종 치료제 '임리직'[사진제공=암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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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항암바이러스 치료제는 암젠의 '임리직'이다. 2015년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정식 출시됐고,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 치료제로 쓰인다. 다만 임리직은 헤르페스바이러스(HSV)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한계가 명확한 편이다. 라스 유전자가 발현되는 암에만 효과가 있고, 암세포 부위에 직접 주사해야 효과를 낼 수 있어 피부암처럼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이 제한적이다. 또 헤르페스바이러스 복제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제거해 항암바이러스의 핵심 원리인 복제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이에 최근에는 새로운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항암바이러스 개발 연구가 활발하다. 천연두 백신에 사용된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매개체로 한 항암바이러스의 경우 여러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게놈 사이즈가 커 여러 항암(치료) 유전자 물질을 탑재할 수 있다. 안전성 면에서도 장점이 크다. 천연두 백신에 사용됐기에 인체에 투여해도 안전하다는 점이 장기간에 걸쳐 증명됐다.


항암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 중인 대표적인 업체로는 칼리비르,바이로큐어, 화이자 등이 있다. 미국 항암바이러스 전문 기업 칼리비르는 백시니아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VET'(Vaccinia Enhanced Template) 플랫폼을 개발해 2020년 아스텔라스와 최대 6억3400만달러(약 78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칼리비르는 지난해 로슈와도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맺었으며, 계약 규모는 양사 합의로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기업도 활발…신라젠 'SJ-600' 전임상 발표

항암바이러스를 개발 중인 대표적인 국내 기업은 신라젠이다. 신라젠이 개발하는 백시니아 바이러스 기반 'SJ-600' 시리즈의 전임상 결과는 최근 미국면역항암학회 공식 학술지인 '암 면역요법 저널(JITC)'에 게재됐다. 신라젠과 이동섭 서울대 의대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제출한 논문에 따르면 SJ-600 시리즈는 보체조절 단백질 'CD55'를 바이러스의 외피막에 발현시켜 혈액 내에서 안정적으로 항암바이러스를 살아남게 할 수 있다. 정맥주사를 통해 전신에 투여할 수 있어 고형암은 물론 전이암까지 직접적으로 약물 전달이 가능하다. 바이러스 하나에 여러 항암 유전자 물질을 탑재할 수 있어 항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암세포 잡는 항암바이러스…백시니아 바이러스 기반 대세로 신라젠.

SJ-600은 백시니아 바이러스에서 자기복제에 필요한 티미닌키나아제(TK) 유전자를 제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SJ-600을 혈관을 통해 투여하면 항암바이러스는 TK유전자를 찾아다니다가 TK유전자가 풍부한 암세포를 발견해 달라붙는다. SJ-600이 TK유전자를 빨아들이는 동안 암세포는 더 이상 확장하지 못하고 파괴된다. 이때 면역체들이 달라붙어 암세포를 사멸시킨다.


특히 SJ-607을 투여했을 때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는 형성됐지만, 바이러스가 암세포를 감염시키고 사멸시키는 것을 방해하는 중화항체에 대한 내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항암바이러스의 효능 감소가 없어 반복 투여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기적으로 투여가 가능하면 투여 농도를 감소시켜 항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과거 약 200년 동안 천연두 바이러스 백신으로 사용돼 수백만명에게 접종한 경험이 축적돼 있다"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 바이러스인 만큼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시장에서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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