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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때 조상 땅, 정부가 매매… 대법 "부당이득반환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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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소유권 상실일 뿐… 부당이득반환 청구 불가"

[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일제강점기 당시 토지소유권을 인정받은 조상의 땅을 정부가 임의로 매각했다며 후손들이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토지주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일제 강점기인 1917년 평택 일대의 토지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이후 한국전쟁으로 지적공부가 멸실됐다가 1977년 소유자 미기재 상태로 임야대장이 복구됐다. 정부는 1986년 A씨가 토지소유권을 인정받은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소유권 보존등기를 마쳤고, 1997년 5499만원에 B씨에게 이 땅을 팔아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A씨 후손들은 2017년 B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조상 땅 찾기 소송)를 청구했으나, B씨의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최종 패소했다. 이에 A씨 후손들은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과 부당이득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일제 때 조상 땅, 정부가 매매… 대법 "부당이득반환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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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국가배상청구를 기각했다. A씨 유족들은 1심 단계에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지 않았다. 2심도 국가배상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부당이득반환청구 일부를 인용했다. A씨 유족들은 정부가 토지의 소유권에 상응하는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정부가 B씨로부터 받은 매매대금만 부당이득이라고 인정해 유족에게 총 5499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부당이득반환의무 성립을 부정했다. 유족들이 입은 손해는 소유권 상실이고 매매대금 자체는 유족들이 입은 손해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국가배상의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국가배상 청구만 가능할 뿐, 원인 무효인 등기를 한 후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한 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권리 없는 사람이 소유자가 있는 부동산에 관해 원인 없이 등기를 마치고 제3자에게 매도해 등기를 마치게 해준 뒤 등기부 취득 시효가 완성됐더라도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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