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쿡은 '자진삭감'…디즈니는 '거품연봉'

월트디즈니 임원 하루 평균 2억원 넘는 급여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경기 침체로 글로벌 기업들이 전사적인 비용 절감에 나선 가운데 불과 70일 근무한 미국 월트디즈니 임원이 하루 평균 2억원이 넘는 급여를 챙겨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와 무관하게 자기 몫의 보수는 철저히 챙겨 나가는 미국 기업들의 '거품 연봉' 관행이 여전하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프 모렐 전 디즈니 최고기업업무책임자(CCO)는 지난 1월24일 입사해 4월29일 퇴사 때까지 총 836만5403달러(약 103억원)의 급여를 받았다. 근무일수 70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11만9505달러의 급여를 받은 셈이다. 추가로 받은 퇴직금(400만6849달러)까지 더하면 하루 평균 17만6746달러(약 2억2000만원)를 챙긴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디즈니는 영국 런던에 있던 모렐과 그의 가족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이사할 수 있도록 50만달러의 비용을 지원했고, 퇴사 두 달 후 또다시 가족 이사 비용으로 50만달러를 내줬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미국 기업들은 임원 보수가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유능한 인재를 영입한다는 차원에서 성과와 무관하게 초고액 보수를 지급하는 관행이 이어져왔다.

월가의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도 이 같은 거품 연봉 관행을 비판하며 디즈니 이사진들의 참여를 요구했다. 특히 홍보·대관 업무를 책임지던 모렐이 차기 대선의 공화당 후보군에 속하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와 동성애 교육금지법으로 맞붙은 실책으로 인해 불명예 퇴직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불길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모렐과 밥 체이펙 당시 최고경영자(CEO)는 주정부의 교육정책에 반기를 들었다는 괘씸죄로 세금 혜택 박탈과 특별행정구역 지정 해제 등의 역풍을 맞으며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반면 애플의 팀 쿡 CEO는 올해 자신의 연봉을 40% 자진 삭감하기로 했다. 쿡 CEO는 올해 연봉으로 기본급 300만달러와 보너스 600만달러, 주식 보상 4000만달러 등을 포함해 4900만달러를 받을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연봉의 40% 수준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쿡의 연봉은 애플의 실적과 연동되는데 애플 주가가 정체기였던 2021년에도 역대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아 가며 주주들의 반발이 컸다면서도 "CEO가 연봉 자진 삭감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경기 침체 여파로 빅테크들이 지난해 17만명이 넘는 인력을 줄이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벌이는 상황에서 앞장서서 거품 연봉 관행을 깼다는 우호적인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