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길잃은 청소년④]"조건 할래요?" 가정 밖 청소년, 나쁜 어른들을 만나다

시계아이콘02분 01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가정 밖 청소년에게 쏟아지는 성매매 유도 메시지
사실상 성매매 조직인 가출팸·헬퍼
부모 동의 받아야 일할 수 있는 가정 밖 청소년
울며 겨자먹기로 성매매 택하게 돼
"성매매는 수많은 범죄 중 하나…정부가 나서서 보호해야"

[편집자주] 1992년 우리나라에 처음 청소년 쉼터가 생기고 정확히 30년이 지났다. 서울 YMCA는 최초의 청소년 쉼터를 설치하며 가정 밖 청소년의 비행을 예방하고 긴급생활지원, 교육 등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30년 동안 청소년 쉼터는 138개로 늘어나면서 조금씩 발전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청소년 쉼터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자리가 부족한 탓에 가정 밖 청소년들은 거리에 방치돼 있다. 이들은 원치 않지만 굶지 않기 위해 성매매에 뛰어들기도 한다. 어른들이 애써 모른 척하고 악용하려 했던 가정 밖 청소년들의 현실을 조명하고 대안을 찾고자 한다.


[길잃은 청소년④]"조건 할래요?" 가정 밖 청소년, 나쁜 어른들을 만나다 지난해 10월 집에서 나온 가정 밖 청소년 A씨(18)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욕적인 메시지들을 받게 된다. 가정 밖 청소년인 것을 알게 된 어른들은 형편이 힘든 A씨를 노리고 조건만남 등 성매매를 알선하려 했다. /제공=A씨
AD

“조건만남사무소입니다. 하루 20만~50만원 벌어갑니다.” 지난해 10월 부모님과의 갈등 끝에 가출한 A씨(18). 곧바로 청소년 쉼터를 향했지만 6개월 거주한 후 나오게 됐다. 길거리에 나앉자마자 A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메시지가 쏟아졌다. 바로 성매매 알선이었다. 조건만남에 응하기만 하면 하루 20만원 이상 벌 수 있다는 것. 오피스텔을 제공할 테니 그 곳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성인 남성을 받기만 하면 된다는 메시지도 있었다. A씨는 “지금도 하루 몇 건씩 성매매 제의를 받는다”며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변태성욕자도 있다.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청소년 쉼터를 찾지 못한 가정 밖 청소년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성매매의 덫에 빠지게 된다. 이유는 돈이다. 당장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미성년자인 가정 밖 청소년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가정 밖 청소년 대부분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성매매로 빠지게 된다. 하나는 ‘가출팸’, 나머지 하나는 ‘헬퍼’다.


가스라이팅·폭력으로 성매매 유도하는 가출팸·헬퍼
[길잃은 청소년④]"조건 할래요?" 가정 밖 청소년, 나쁜 어른들을 만나다

가출팸은 자취방을 빌린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몰려다니는 가정 밖 청소년들을 말한다. 이들은 SNS나 인터넷 카페,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접선한다. 처음엔 따뜻하게 지내면서 서로 돕지만 우두머리는 이내 돌변한다. “먹여주고 재워준 만큼 돈을 벌어야 한다”, “빨리 돈 벌어서 이 곳에서 나가야하지 않냐” 등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하면서 성매매로 유도한다.


이 같은 가출팸은 경찰 단속에 의해 꾸준히 해체되지만, 또 다시 만들어진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9~2021년 가출팸 해체 건수는 총 310건이다. 매해 100개꼴로 가출팸을 없애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올 1~6월 가출팸 해체 건수는 32건으로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길잃은 청소년④]"조건 할래요?" 가정 밖 청소년, 나쁜 어른들을 만나다

가정 밖 청소년들에게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헬퍼는 더욱 문제다.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실종아동 등을 경찰관서의 장에 신고하지 않으면 보호할 수 없도록 규정한 실종아동등의보호및지원에관한법률(실종아동법) 제7조를 위반하면서까지 헬퍼들은 SNS와 커뮤니티 등에서 가정 밖 청소년들을 물색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133명, 2020년 173명, 지난해 134명 등 매해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실종아동법 위반으로 잡혔다.


말만 헬퍼지, 사실상 조직적인 성매매업자들이라는 게 가정 밖 청소년들의 증언이다. 성매매를 거부하면 집에서 내쫓거나 폭행을 가하기도 한다. 가정 밖 청소년 B씨(17)는 “헬퍼 대부분은 성인 남성들로 조직적인 성매매 알선업에 종사하고 있다”면서 “사실 누가 선의로 아이들을 도와주겠나. 나쁜 목적이 있으니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굶지 않기 위해 성매매 택해…"어른들은 가정 밖 청소년을 악용하는 데 혈안"

하지만 가정 밖 청소년들은 돈이 없어 성매매를 쉽게 뿌리칠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66조에 따라 사용자는 18세 미만 청소년을 고용할 경우 연령을 증명하는 가족관계기록사항 증명서와 후견인 동의서를 갖춰야 한다. 사실상 미성년자 후견인 제도가 자리 잡지 않은 한국 사회에선 부모 동의를 받아야 청소년들은 일할 수 있다. 부모에게 버림 받은 가정 밖 청소년들은 돈을 벌 수 없거나 동의서를 받지 않는 대신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사장 밑에서 일해야 한다.


B씨는 “PC방 사장님이 편의를 봐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시원비를 겨우 내고 있다. 하지만 아는 친구는 성매매로 하루 30만원씩 번다”며 “이게 옳은 길이 맞는데, 도대체 어른들은 가정 밖 청소년들을 돕지 않고 악용하는 데 혈안이다”고 토로했다.



추주희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는 “과거 업소를 중심으로 성매매가 이뤄지던 환경을 벗어나 SNS, 데이팅 앱 등 가정 밖 청소년들이 성매매에 빠질 수 있는 경로가 많아졌다”며 “성매매는 수많은 범죄 중 하나일 뿐이다. 정부가 나서서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