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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잃은 청소년③] 폭력 피해 쉼터 찾아도…허술한 법 때문에 다시 폭력 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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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성폭행 당하면 집에 연락 안 가지만…증명 어려워
양육권·거소지정권 규정한 민법에 소송 휘말리는 쉼터
"여러 제도 수정해 가정밖 청소년 두텁게 보호해야"

[편집자주] 1992년 우리나라에 처음 청소년 쉼터가 생기고 정확히 30년이 지났다. 서울 YMCA는 최초의 청소년 쉼터를 설치하며 가정 밖 청소년의 비행을 예방하고 긴급생활지원, 교육 등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30년 동안 청소년 쉼터는 138개로 늘어나면서 조금씩 발전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전히 청소년 쉼터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자리가 부족한 탓에 가정 밖 청소년들은 거리에 방치돼 있다. 이들은 원치 않지만 굶지 않기 위해 성매매에 뛰어들기도 한다. 어른들이 애써 모른 척하고 악용하려 했던 가정 밖 청소년들의 현실을 조명하고 대안을 찾고자 한다.


[길잃은 청소년③] 폭력 피해 쉼터 찾아도…허술한 법 때문에 다시 폭력 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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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한 청소년들은 몸을 녹이고 배를 채울 수 있는 청소년 쉼터를 어떻게든 찾으려 한다. 하지만 동시에 꺼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부모님을 피해 청소년 쉼터를 갔지만 반드시 집에 연락이 가기 때문이다. 폭력을 피해서 집을 나왔건만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14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청소년 쉼터는 입소하는 가정 밖 청소년들의 부모님에게 연락을 취해야 한다. 이는 미성년자 양육권과 거소지정권을 규정한 민법 제913조와 제914조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다. 다만 가정폭력이나 친족 간 성폭력 등에 노출된 가정 밖 청소년들은 부모님에게 연락하지 않아도 청소년 쉼터에서 지낼 수 있다.


쉼터는 입소 청소년에게서 학대 정황이 발견되면 즉시 경찰 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아울러 가정 밖 청소년이 자신의 상황을 천천히 설명할 수 있게끔 일시 보호하며 위기 상담도 진행한다. 여가부 관계자는 “민법이 보호하는 범위 안으로 최대한 가정 밖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명확한 쉼터 관련 법…소송 피하는 데 급급한 청소년 쉼터
[길잃은 청소년③] 폭력 피해 쉼터 찾아도…허술한 법 때문에 다시 폭력 현장으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지만 가정 밖 청소년들은 여전히 쉼터를 입소할 경우 부모님에게 연락이 간다고 증언했다. 가정폭력이나 친족 간 성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터놓고 말하기 어려울뿐더러 증명하기는 더욱 힘들기 때문이다. 가정 밖 청소년 A씨(18)는 “한 쉼터의 경우 가정 밖 청소년이 친족으로부터 폭행이나 성폭행 당했다는 걸 입증하려면 경찰과 함께 쉼터를 오거나 관련 재판을 진행 중이어야 한다고 전했다”며 “이런 곳이 있다 보니 아예 쉼터를 피하려는 가정 밖 청소년도 생긴다”고 말했다.


쉼터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실정이다. 법이 애매모호해 가정 밖 청소년의 부모와 미성년자 양육권, 거소지정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복지지원법과 관련 시행령은 가정폭력, 친족에 의한 성폭력 등 사유로 가출한 청소년을 퇴소 조치해선 안 된다고 규정할 뿐 쉼터를 어떻게 소송으로부터 보호할지, 얼마나 적극적으로 가정 밖 청소년의 피해 정도를 조사할 수 있는지 등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퇴소규정 역시 불명확하다. 청소년복지지원법에선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입소하거나 쉼터 내에서 질서문란한 행위를 할 경우 퇴소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쉼터 관계자가 질서문란하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하면 가정 밖 청소년은 쉼터에서 쫓겨나야 한다. 결국 쉼터에 머물지 못한 가정 밖 청소년들은 어쩔 수 없이 폭력이 도사리는 집으로 돌아가거나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이미 제시된 해결책…"청소년을 하나의 주체로 보고 지원해야"
[길잃은 청소년③] 폭력 피해 쉼터 찾아도…허술한 법 때문에 다시 폭력 현장으로 지난달 18일 진행된 ‘가정 밖 청소년 보호체계 개선 국회토론회’에 참석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제공=용혜인 의원실

이미 해결책은 제시되고 있다. 가족에 종속된 아이로만 볼 게 아니라 하나의 주체로 보고 주거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주최로 열린 ‘가정 밖 청소년 보호체계 개선 국회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가정 밖 청소년이 아닌 노숙 청소년으로 인식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만 13세부터 고용노동부 허가를 받아 청소년들도 노동을 할 수 있는데 자립 및 주거지원 제도에선 배제돼 있다”며 “아동청소년들에게 집에서 견디라고 말하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주희 전남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는 “모든 청소년 문제는 가족과의 강한 연결에서 발생하는 제약 때문”이라며 “미성년자 후견인 제도 등 여러 법적 제도를 수정해 가정 밖 청소년들을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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