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 4남매 보유지분 중 58% 매입 시도
그룹사 한화비전서 지원 사격
잔여지분 확보 난항 전망…매입 후 유상증자 관측도
유통·레저·외식 등 연계 신성장 동력 모색
한화그룹이 국내 단체급식 2위 기업 아워홈 인수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그룹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이 진두지휘하는 이번 인수전은 1조5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가 단체급식 사업을 1000억원을 받고 매각한 뒤 4년만에 다시 조단위를 투자해 재도전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유통가 등에 따르면 한화는 아워홈에 대한 기업가치를 약 1조5000억원으로 평가하고 지분 인수를 시도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아워홈의 지분은 현재 고(故) 구자학 회장의 1남 3녀가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는 장녀 구미현씨가 19.28%, 차녀 구명진씨가 19.6%, 막내인 구지은 전 부회장이 20.67%를 갖고 있다.
8600억 실탄 마련…구氏 남매 지분 확보 난관
한화는 이 가운데 지분 매각에 우호적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이 보유한 지분 57.84%를 인수하는 방안을 두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로 주당 6만5000원인 약 8600억원을 제안하고 다음 달 7~10일 주주간계약(SPA)을 체결하는 것이 목표다. 김 부사장이 이끄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2000억~3000억원, 한화비전이 2500억~3000억원을 대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크레딧앤솔루션을 재무적 투자자(FI)로 확보해 2000억~3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지난해 3분기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294억원에 불과해 그룹사와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 연합은 지난해 5월 남매간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은 뒤 PEF 운용사들과 접촉하며 아워홈 경영권에 대한 매각 의사를 표명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관건은 장남과 장녀 연합에 대립각을 세웠던 차녀 구명진씨와 막내 구지은 전 부회장의 움직임이다. 아워홈 정관 9조 3항에 따르면 기존 주주가 주식을 양도할 경우 주주 명부상 다른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주식을 양도해야 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한화가 매수하겠다는 가격에 맞춰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이 장남과 장녀의 지분을 우선매수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남매간 입장 차가 뚜렷해 분쟁의 여지가 있다. 앞서 한화와 구본성 전 부회장, 구미현 회장 측은 지난해 9월 구지은 전 부회장에게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와 주식 공동 매각 의향을 묻는 내용 증명을 보내고, 한 달 동안 의견 제시 기간을 줬지만 구지은 전 부회장이 의사를 밝히지 않아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권리가 소멸됐다고 본다.
반면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은 일방적 통보인 만큼 우선매수권이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구 전 부회장이 이를 근거로 한화의 지분 인수를 방어하기 위해 법원에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가능성이 있다. 또 PEF 운용사 등과 함께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한화보다 먼저 장남·장녀의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화가 아워홈의 경영권 지분을 사들인 뒤 유상증자를 통해 이에 맞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구명진씨와 구지은 전 부회장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유증을 통해 해당 지분을 희석시킬 수 있어서다.
푸드테크에 테마파크까지…미래 먹거리 공격 투자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의 유통·외식·호텔·레저·로봇 등의 사업을 맡아 그동안 신사업에 주력해왔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2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외식 부문 자회사 더테이스터블의 사명을 '한화푸드테크'로 변경하고, 전 세계 450조원 규모로 평가되는 푸드테크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화푸드테크는 지난해 10월 급식사업본부를 신설하면서 단체급식 사업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국내 단체급식 시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위축됐으나 고물가에 따른 외식비 인상 등의 영향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아워홈도 2023년 연결 기준 매출 1조9835억원, 영업이익 943억원을 올려 나란히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화 입장에서는 급식과 식자재 유통, 컨세션(식음료 위탁운영), 가정간편식(HRM) 등의 사업으로 성과를 내는 아워홈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룹사와 연계한 단체급식 수요를 확대하고, 호텔과 리조트 사업의 주요 수익원인 식음(F&B) 서비스 부문에 아워홈의 컨세션 노하우를 이식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선 한화가 2020년 단체급식 시장에서 철수한지 불과 4년여만에 재진입한 배경으로 한화그룹 승계 과정에서 김 부사장이 그룹내 입지를 확대하기 위한 밑작업으로 보고있다. 앞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20년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 사업을 맡은 푸디스트를 국내 PEF 운용사인 VIG파트너스에 1000억원에 매각한바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1000억원이라는 헐값에 매각한 단체급식 사업을 다시 1조5000억원이나 주고 사겠다는 것"이라며 "김동선 부사장이 체급을 키우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내부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 한화그룹 장남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한화에너지 등 방산, 에너지, 우주 산업을 아우르는 알짜 계열사를 맡고 있다. 또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는 금융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갤러리아를 맡고 있는데 이들 사업의 매출 규모는 그룹내 2% 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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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최근 인천광역시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린 드림파크 승마경기장 부지에 대규모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다양한 레저 문화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에도 자회사인 아쿠아플라넷(아쿠아리움)과 한화넥스트(승마 경기장)를 비롯해 한화푸드테크가 힘을 보탤 예정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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