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현도 인턴기자] 세계 최대 게임 방송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지난달 29일 국내 방송 최대 해상도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은 서비스 비용 부담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일각에서는 최근 국회에 상정된 '망 사용료법'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트위치를 비롯한 해외 콘텐츠 기업들은 망 사용료를 두고 한국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트위치는 이날 블로그에 게재한 공지를 통해 "한국에 거주 중인 시청자를 위한 원본 화질을 조정할 예정"이라며 "한국 내 동영상 화질은 앞으로 최대 720p가 된다"라고 밝혔다. 기존 트위치의 최대 화질은 1080p였다.
트위치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높은 서비스 비용 때문이다. 트위치는 "한국의 현지 규정과 요건을 지속해서 준수해 왔으며, 모든 네트워크 요금 및 기타 관련 비용을 성실하게 지불했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트위치 이용자들은 즉각 불만을 터뜨렸다.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사실상 한국 차별 아니냐", "왜 애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아야 하는 거냐" 등 항의 글이 올라왔다.
망 사용료는 넷플릭스·유튜브·트위치 등 콘텐츠 제공업자(Content Provider·CP)가 KT, SK 등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Internet Service Provider·ISP)에게 지불하는 요금을 뜻한다. 국내 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연간 700억원, 300억원의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망 사용료 지불 법제화를 위한 여러 법안이 발의됐으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이를 심사하기 위한 첫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망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은 CP사와 ISP사 사이 공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넷플릭스의 국내 망 이용으로 인한 트래픽 폭증이 크기 때문에 공동 관리 의무에 따라 망 사용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취지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콘텐츠 전송을 위한 자체 서버 망에 직접 투자했으므로, 망 사용료까지 부담하는 것은 사실상 이중과세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현재까지 넷플릭스는 약 10억달러를 들여 전 세계 142개국에 서버 1만4000대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체 조사에서 이를 통해 트래픽 부담을 95%가량 줄였기에 국내 인터넷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해외 CP사인 유튜브 또한 이른바 '망 중립성' 보호를 위한 인터넷 수호 캠페인을 펼치며 여론전에 나섰다. 망 중립성이란 ISP가 콘텐츠의 유형, 제공사업자, 내용 등에 따른 차별을 해선 안 된다는 개념이다. 유튜브는 "망 사용료 법안은 국내 인터넷 생태계, 한국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와 유튜브 운영에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국회 망 사용료법 반대 청원을 장려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트위치까지 망 비용을 이유로 서비스 품질을 저하하고 나선 터라, 논란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 보니 오는 4일 예정된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도 망 사용료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과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거텀 아난드 구글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유튜브가 망 사용료법에 대해 공식 항의 입장을 밝힌 뒤 6일 만이다.
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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