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부분적인 군사 동원령을 선포한 가운데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서방 주요국이 일제히 규탄, 동원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실패의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브리지트 브링크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엉터리 주민투표에 동원령 발동은 러시아의 나약함과 실패를 의미하는 신호"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영토 병합과 관련한 러시아의 주장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언제까지나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링크 대사는 이후 추가 트윗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핵심 인프라 시설을 공격해 미국이 우크라이나 현지 커뮤니티 재건을 돕기 위해 지역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고 글을 올렸다. 지난 3월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있는 유치원과 학교 등에 가열 파이프를 수리하는 데 도움을 줬다면서 관련자들이 현지를 방문, 촬영한 기념사진까지 함께 공개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도 푸틴 대통령의 군 동원령 발표가 우크라이나 침공이 실패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총리실인 다우닝가는 "푸틴의 연설과 그가 러시아 국민을 동원하려는 움직임은 침공이 실패하고 있음을 분명히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영국은 국제 파트너들과 함께 러시아 정부의 행위를 비난하는 데 힘을 보탠다"는 입장을 내놨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도 "푸틴 대통령이 국민 일부를 동원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지역 일부를 불법 합병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은 그가 침공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위협과 선전이 아무리 많아도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것은 숨길 수 없다. 국제 사회가 단결하고 러시아는 세계적인 왕따가 됐다"고 말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 동원령을 전격 발표한 데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이날 베를린에서 기자들에게 "이는 매우 우려되는 잘못된 행보"라면서 어떤 대응을 할지 논의 중이며 독일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유럽의 다른 주요국 수장들도 푸틴 대통령의 발표를 비난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공황 상태(panic)’에 빠졌다는 신호"라고 비난했다.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뤼터 총리는 이날 자국 공영방송 NOS와의 인터뷰에서 "군사 동원령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는 신호"라면서 "핵무기에 대한 그(푸틴 대통령)의 수사법은 이전부터 여러 차례 들어왔던 것이다.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수사법이다. 침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도 자신의 트위터에 "푸틴 대통령이 발표한 부분적 군사 동원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촉발한 전쟁을 더욱 고조시키려는 시도이며 러시아가 유일한 침략자라는 추가 증거"라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을 독려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부분적인 군사 동원령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예비군 30만명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의 러시아 합병안을 놓고 주민투표를 하는 데 지지를 선언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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