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우크라이나 국적의 김안나양(15)은 지난 4월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한국에 들어왔다. 재외동포(F-4) 비자가 발급된 고려인 부모와 경기 안성시에서 지내고 있다.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중학교 3학년 편입학이 수개월째 미뤄져 가슴앓이 중이다. 한국어로 번역·공증한 우크라이나 중학교 성적·졸업증명서를 냈지만, 지역 교육청은 외국 공문서의 인증요구를 폐지하는 문서를 우크라이나에서 받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안나양 측은 "탈출 과정에서 모든 서류를 챙길 수 없었고, 전쟁 중인 국가에서 이 업무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타지역 교육청은 같은 처지의 학생들을 여권 등 자료만으로 심의해 학교에 배치하고 있다.
2007년 몽골에서 귀화한 한국인 박연주씨(38·여)는 출산후유증을 겪으며 홀로 쌍둥이를 키우느라 한숨이 깊다. 아이들 아빠는 몽골인 남성으로, 2016년 강제출국 됐다. 박씨는 남편의 체류자격 부여를 요청했지만, 7년 가까이 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 박씨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조차 '인도적 사유가 있지만, 법무부 측에 강제할 수는 없다'고 안내하며 '근데 왜 (아빠를 따라) 몽골에서 체류하시진 않느냐'고 물어 당황스러웠다. 한국인인 아이들과 나도 보호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이주 배경 아동들이 양육과 학습 과정에서 다양한 차별에 노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엔아동권리협약' 가입국인 한국이 의무 사항을 이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잠재 인력을 저출산·고령사회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윤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제협력단장은 "현재 한국에선 이주 배경 아동들이 사회 보장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발표한 '이주 배경 아동의 성장·발달의 문제점과 정책 과제'에서 "아동의 이주 경험이 가장 직접적으로 성장·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 공교육 체계로부터 배제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송인선 경기글로벌센터 대표도 "우선 공교육에 진입하는 것부터 외부 도움 없이는 절대적으로 힘들다. 교육행정 직원들도 관련 절차에 미숙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체류 자격이 비교적 안정적인 결혼 이민자들 역시 상대적으로 언어소통이 어렵고, 한국 학제 경험과 정보가 부족해 자녀 교육에 어려움이 많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2021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문화 가족 자녀의 대학 진학 비율은 40.5%로 전체 국민(71.5%)보다 31%P 낮았다.
한국의 '아동복지법'은 '아동'을 국민과 외국인으로 구분하지 않으며, 모든 차별을 금지하고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논평에서 "이주민 가족의 자녀들과 난민 가정의 자녀들은 보육을 포함한 영유아 복지 서비스에서 차별당할 수 있는 만큼 특별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 단장은 "지침이 있어도 현장에서 작동되지 않는 정책을 실현하는 게 시작"이라며 "돌봄 및 학습 지원 등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여러 사업을 통해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사회에서 이주 배경 아동들이 우수한 인적 자원으로 자랄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며 "이들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수록 국민 인식도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