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포항공대·서강대 ·한양대, 반도체 계약학과 신입생 받는다
반도체 인력난 대응하는 빠른 방안이 계약학과…"대만도 계약학과 활성화"
반도체 계약학과 세액공제에 규제 개선안도 나와
"반도체 산업 특성상 다학제 고민 필요"
[아시아경제 김평화 기자] 반도체 산업에서 인재 양성이 과제로 떠오르면서 대학 내 반도체 계약학과 수가 두 배로 늘어났다. 졸업 인원을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어 인력 확대에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와 국회는 계약학과 확대를 위해 규제 개선과 세액공제 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다만 반도체 산업 특성상 특정 학과가 아닌 다학제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비수도권 인재 확보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계약학과 확대 이전에 충분한 교수진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KAIST·포항공대·서강대 ·한양대,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
1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연계한 반도체 계약학과가 기존 세 개 대학에서 네 개 대학이 추가되면서 내년부터 신입생이 늘어난다. 계약학과는 입학생에게 각종 지원을 해주고 졸업 후에는 기업 채용을 보장하는 채용 조건형 학과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포항공과대학교는 삼성전자와 연계해 계약학과를 신설했다. KAIST는 반도체시스템공학과, 포항공대는 반도체공학과다. 두 대학은 내년부터 해당 학과에서 신입생을 받는다. 서강대학교와 한양대학교는 SK하이닉스와 연계해 계약학과를 선보였다. 서강대는 시스템반도체공학과, 한양대는 반도체공학과라는 이름으로 계약학과를 두고 내년도 신입생을 각각 선발한다.
삼성전자는 경북대학교와도 계약학과 신설을 논의하고 있다. 아직 양해각서(MOU) 체결이 진행되지 않은 만큼 입학 정원과 신설 시기는 미정이다. 경북대까지 계약학과가 들어서게 되면 전국의 반도체 계약학과는 총 8곳으로 늘어난다.
삼성전자의 경우 기존에 성균관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 각각 계약학과를 두고 반도체 인재를 채용해왔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2006년에 신설돼 그간 반도체 분야에서 계약학과 대표 사례로 꼽혔다. SK하이닉스는 고려대학교와 협력해 2020년부터 계약학과인 반도체공학과를 둔 바 있다.
반도체 분야 필요 신규 인력만 12.7만명…빠른 현장 투입 가능한 계약학과 확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계약학과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인력난이 있다. 반도체 분야가 국가 핵심 산업으로 중요성을 키우고 있지만 산업에 필요한 인재는 부족한 상황이다. 교육부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 분야 전체 인력 수는 2021년 기준 17만6509명이다. 향후 10년간 반도체 산업 규모가 확대하면서 필요 인력은 약 30만4000명까지 늘어나게 된다. 신규 수요만 약 12만7000명인 셈이다.
교육부는 현재의 인력 공급 체계를 유지한다면 인력난이 심화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신규 공급을 위한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7월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반도체 계약학과의 규제 개선을 포함했다. 모집 정원 한도와 권역 제한 기준 등 기존 규제 적용을 제외하는 안이다. 졸업 인력을 현장에 빠르게 투입할 수 있는 만큼 인력 확대 방안으로 계약학과 확대를 내다봤다.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반도체 특위) 역시 첫 현장 방문지를 계약학과로 택하며 중요성에 무게를 뒀다. 반도체 특위는 7월 시스템반도체공학과를 신설한 서강대학교에 방문해 교육계와 학계, 업계와 인재 양성 방안을 모색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이날 현장에 참석해 "대만은 주요 대학에서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등의 방식으로 매년 1만명의 인력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도체 특위는 이에 8월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법(안)'을 내놓으며 대학 계약학과 운영비를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대상에 넣는 안을 포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대 과학기술원에 모두 반도체 계약학과를 두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과기정통부는 5월 KAIST 외에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도 반도체 계약학과를 둬 5년간 5000명 이상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학과 아닌 다학제 차원 고민 필요…"지방 인재 활용 방안 고민해야"
다만 반도체 계약학과 중심의 인재 육성 방안이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주요 기업 중심의 특정 학과 편성만으로는 양질의 반도체 인재를 보장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내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8월 발간한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반도체는 재료공학, 물리학, 화학, 전기·전자공학 등 여러 분야의 인재가 함께 만드는 제품"이라며 "현재 다수 운영 중인 주요 기업-대학 간 반도체 계약학과의 단순 정원 확대는 획기적인 해법이 되기는 힘들 것이므로 다학제 차원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도체 계약학과가 수도권, 최상위 대학에 편중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자칫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 격차를 벌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지방 대학에도 충분히 우수한 학생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를 구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교수진 확보도 과제다. 반도체 계약학과와 관련 정원을 확대한다고 한들 가르칠 사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관련해 4대 과기원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확대하면서 반도체 설계와 공정 실무 경험이 풍부한 기업 소속 박사를 교수로 채용하겠다고 대안을 내놨다.
지금 뜨는 뉴스
한편 정부는 산업계 인력 요구에 대응하고자 올해 대비 약 150% 늘어난 4498억원의 내년도 예산을 반도체 인재 양성에 투입하기로 했다. 10년간 15만명의 반도체 인력을 육성하겠다며 내년에만 2만6000명의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 상황이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