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AI용 반도체 中 수출 금지…미중 갈등 격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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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대기업인 엔비디아와 AMD에 인공지능(AI)용 최첨단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려면 새롭게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사실상 중국으로의 AI용 최첨단 반도체 수출을 차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식에 관련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미 정부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사실이 확인됐다. 엔비디아는 보고서에서 지난 26일 미국 정부가 중국과 홍콩에 반도체를 수출하려면 새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수출된 반도체가 중국 군 당국에 의해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수출을 규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인 A100(코드명 암페어), H100(코드명 호퍼) 등이 이번 규제의 적용 대상이라고 밝혔다.

미 당국은 엔비디아의 A100, H100 반도체가 중국군에 의해 사용될 위험성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엔비디아에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당 제품은 중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된다. 향후 엔비디아가 내놓을 반도체 중 성능이 A100과 대체로 대등하거나 더 좋은 제품, 또 해당 반도체가 포함된 시스템도 모두 수출 금지 대상이 된다.

CNBC는 AMD에 확인한 결과 AMD도 엔비디아와 똑같은 지침을 미국 정부로부터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AMD도 같은 규정에 따라 AI용 GPU 반도체인 'AMD 인스팅트(Instinct) MI250'의 중국 수출이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M250보다 전 세대 제품인 MI100 반도체의 수출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엔비디아와 AMD의 해당 반도체는 머신러닝 등 AI 관련 작업에 주로 쓰이는 제품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중국 군 부대의 활용 위험, 무역 기밀 누설 등의 이유로 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엔비디아는 중국에서의 매출 감소로 이번 분기 매출이 4억달러 가량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 매출은 59억달러로 예상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에도 같은 규제를 적용했으나 엔비디아는 러시아에는 고객사가 없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대체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중국 내 고객사들과 협력 중이며 대체 제품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고객사 측에 라이선스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와 AMD의 반도체가 없으면 중국 기업들은 AI, 특히 이미지ㆍ음성 인식 등의 작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ㆍ음성 인식과 자연어 처리 등 기술은 민간뿐 아니라 인공위성 촬영 이미지 처리, 정보 당국이 감청한 채팅ㆍ이메일 등의 방대한 데이터를 걸러내는 등 군사적 목적으로도 쓰인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제한 방침에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2.42% 하락했고 장 마감 후 시간외거래에서 6.56% 추가 하락했다. AMD도 정규장 거래에서 2.38%, 시간외 거래에서 3.79% 하락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