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2분기(4~6월) 중 9조 9000억 원을 쏟아 아마존부터 JP모건까지 미국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사우디 왕가가 큰 수익을 얻자 이를 투자로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사우디 국부펀드는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 6월 말 기준 75억 달러(약 9조 9000억 원) 규모의 17개의 미국 기업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블랙록,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JP모건 등이 포함된다. 각 투자는 4억~5억 달러 수준이었다.
이처럼 국부펀드가 미 주식을 대거 사들였지만 보유한 미 주식 평가 금액은 2분기 중 30억달러 떨어진 408억달러로 집계됐다. 2분기 중 미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평가 가치가 내려앉은 것이다. 국부펀드가 사들인 주식 대부분이 포함돼 있는 S&P500지수는 올해 상반기 중 20% 하락했다. 국부펀드는 전체 투자 규모가 6000억달러에 달한다.
국부펀드는 사우디 왕가가 출자해 만든 국영펀드다. 사우디는 이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수년간 미 주식을 사들이면서 큰 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가가 급등하면서 보유 자금이 빠르게 늘어 투자하기 더욱 용이해졌다. 국부펀드가 지분 4%를 보유하고 있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최근 분기 순이익이 90%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부펀드는 최근 수개월 새 일본 닌텐도에 30억달러, 영국 애스톤마틴에 4억달러 등을 투자하기도 했다.
유가 급등은 사우디 왕가의 경제적 이익 뿐 아니라 국제 정치적인 변화도 만들었다. 특히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외교적 고립을 풀어주는 계기가 됐다. 2020년 대선 기간 중 카슈끄지 피살 사건을 언급하며 사우디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겠다고 언급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결국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