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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의 경제학⑦] “기후리스크가 금융위기 원인”…은행 무너뜨리는 불볕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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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더위는 사람의 신체만 고장 내는 게 아니다. 폭염은 금융도 망가뜨린다.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은행이 위태로워진다. 허황된 말인 것처럼 들리겠지만, 각국의 주요 금융기관들은 이미 지구온난화가 금융 시스템에 가할 충격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기후에 관심조차 없던 투자업계의 큰손들까지도 기후변화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기후로 시작된 위기야말로 예측하기 어렵고 타격이 큰 회복 불가능의 위기라는 경각심이 형성됐기 때문이다.<관련기사> '폭염의 경제학'


기후위기가 금융시스템에 끼치는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물가다. 폭염과 무더위로 곡식 재배량이 감소하고 식량 값이 폭등하면 물가가 오른다. 이른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물가는 폭등하게 되고,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과격하게 올리지만 물가가 잠재워지지 않는다. 물가를 관리하는 역할을 도맡은 중앙은행들이 기후위기에 특히 신경 쓰는 이유다.


이에 선진국에서는 인플레이션 파이터였던 중앙은행이 기후변화 예방을 위해 ‘위기 파이터’로 변모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기후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에 대응할 필요 있다”고 밝혔고, 스웨덴 중앙은행은 “기후리스크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며 “이를 막는 것도 통화정책의 목표”라고 천명하기도 했다.


민간 은행들도 손해를 입는 건 마찬가지다. 금리가 오를수록 대출 차주들이 돈을 갚지 못하게 되고, 자금을 내줬던 은행들은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폭염은 물가뿐 아니라 각종 정책과 사회, 고객의 관념을 바꾼다. 은행들이 여전히 많이 보유하고 있는 화력발전 자산의 가치가 폭락하고,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도 완전히 불가능해질 수 있다. 저탄소 경제로의 급격한 이행으로 불완전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자연재해가 잦아지면서 보험사들의 손해도 커질 확률이 높다.

[폭염의 경제학⑦] “기후리스크가 금융위기 원인”…은행 무너뜨리는 불볕더위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네거리에 지열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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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금융위기론은 2020년 국제결제은행(BIS)이 처음 불붙였다. BIS는 전 세계 은행에서 통용되는 건전성 비율을 처음 제안한 곳이다. 당시 BIS는 ‘그린스완 : 기후변화 시대의 중앙은행과 금융 안정성’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냈다. 그린스완(초록백조)이라는 경제학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도 해당 보고서에서다.


BIS는 블랙스완(검은 백조)과 그린스완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백조는 모두 흰색일 거라 믿었던 인류는 1967년 호주에서 검은 백조가 발견돼 파문이 일었다. 이에 ‘가능성이 낮지만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위기’를 통상 블랙스완으로 불러왔다. 반면 그린스완은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기후위기를 시작으로 일어나는 각종 자연재해에 따른 위험이다.


그린스완과 블랙스완의 공통점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기후위기는 과거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선 언제 어떤 방식으로 위기가 찾아올지 예측할 수 없다. 현재 금융사와 은행들이 갖춰놓은 전통적인 방식의 대비책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 차이점은 ‘충격과 회복불가능’이다. BIS는 그린스완이 이제껏 겪었던 금융위기들보다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심지어 블랙스완과 달리 금융위기를 극복하거나 벗어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회원으로 가입한 녹색금융협의체(NGFS)에서는 아예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역할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NGFS는 G20(주요 20개국)이 주도해 만든 세계 금융감독 당국자들의 녹색금융 협의체다. NGFS는 “기후 리스크는 금융 리스크의 근원”이라면서 “기후 변화로 인한 위기는 재정적 위험의 원천이고 금융사들이 위험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중앙은행과 감독자의 권한”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IMF는 “민간 금융기관은 기후변화 리스크를 과소평가한다”며 “금융자원 배분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이 대출담보체계나 자산매입 구성 변화 등을 통해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은행이 자국의 은행이나 보험사, 증권사들이 기후위기를 잘 대비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기후변화 이행리스크와 금융안정’ 자료에 따르면 강도 높은 기후정책(지구온도 1.5°C 억제)으로 고탄소산업의 부도율이 0.63%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은행은 고탄소산업의 관련 자산이 많아 자기자본비율이 2050년 2.6~5.8% 급락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온실가스 저감비용이 빠르게 상승하는 2040년에 은행 경영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탄소중립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지 않으면 은행을 중심으로 한국경제가 더 큰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은행들이 이행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지 않을 경우 취약한 자산에서 부실이 발생하며 큰 폭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금융기관들이 기후변화 요소를 고려한 리스크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활성화를 통해 이행 리스크에 취약한 자산 보유액을 줄여 나가면 충격규모는 상당폭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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