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44일째 강대강 대치
정부 불법파업 중단 촉구에
하청노조 단식농성 선언
5일 이후 협상일정도 못잡아
협상주체 아닌 대우조선·산은에 '역할론' 목소리
하도급법 위반 소지 등 개입 힘들어
파업 후 누적손실 6000억원 추산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농성이 장기화하면서 노-사 양측이 ‘강대강 대결’로 치닫고 있다. 초유의 도크(Dock·선박건조장) 점거 농성도 한달 째로 접어들었지만 협상은 전혀 진척이 없는 상태다. 정부가 파업 중단 압박 수위를 전방위로 높이고 있는 데다 지역 주민과 시민들까지 거리로 나와 인간띠를 만들며 파업 중단을 촉구하면서 상황 반전에 대한 관측도 나오지만 출구 전략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도크 점거, 왜 피해 커지나…누적 손해 6000억원↑
15일 대우조선해양과 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 지난달 2일부터 ▲임금 30% 인상 ▲노조 전임자 인정 ▲상여금 300% 인상 등을 요구하며 현재까지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는 하청지회 소속 노조원 7명이 옥포조선소 1도크에 있는 원유 운반선과 도크를 점거하고 나섰다. 건조 중인 선박을 점거하는 행위는 노동조합법 시행령상 불법이다.
도크는 선박을 건조하고, 물에 띄우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곳이 멈추면 도장·배관·용접 등 다른 생산 라인의 작업도 늦춰지고 건조 마감 시한이 곧 실적으로 연결되는 조선업에는 심각한 타격을 준다. 그간 조선업계 파업이 도크를 점거하는 극단적인 시위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노조가 점거하고 있는 옥포조선소 1도크는 선박 4척 동시 건조가 가능한 축구장 9개 크기로 세계 최대 규모다. 이곳에는 총 4척의 선박이 건조되고 있는데 지난달 진수 예정이된 유조선 진수는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도크에 물을 채워야 배를 진수할 수 있는데 노조의 점거 농성으로 도크에 바닷물을 채울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매일 259억원의 매출 손실과 57억원의 고정비 손실이 발생해 파업 이후 누적 소신실이 약 6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파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현장에서 대우조선해양 파업의 조속한 해결을 다짐했다. 이 장관은 "산업계 피해가 큰 상황으로 노사 당사자가 당장 협상을 해야 한다"며 "정부나 관련 기관들이 협조해야 할 것으로 협상 분위기를 형성하는 방법이 무엇인 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5년 새 수주 급감과 철강재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영업손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영업적자는 1조7547억원에 달했고 올해 1분기도 47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소상공인도 "극단적 시위 멈추라"
경남 거제 소상공인들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 장기화로 생계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며 노사 양측이 협상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거제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0일 넘게 이어진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으로 지역경제에 큰 위기가 닥쳤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거제지역 소상공인들은 고통이 가중되는 현실에 하루하루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며 "하청노조 파업은 민주노총의 정치적 색깔을 띤 전국 파업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업 호황 속 해외 선주에게 불신을 초래하는 파업 투쟁이 하루빨리 종식되길 강력하게 당부드린다"며 "이번 파업을 향한 전 국민의 불신과 불만이 크게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우조선과 사내 협력업체가 나서 대화의 창구를 마련하고 노조는 극단적 시위를 멈추라고 주문했다. 이들은 "조선업 위기 극복의 힘은 노사화합과 상생의 에너지에서 나온다"며 "노사 양측은 대화에 적극 나서 소상공인들의 큰 고통을 해결해달라"고 강조했다.
테이블 없이 평행선 걷는 파업…산은 '역할론'도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전날 하청노조의 도크 점거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중단을 촉구하자 전날 노조는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협력업체 협의회와 노조는 이달 초 3차례 협상했지만 견해차가 커 지난 5일을 끝으로 협상 테이블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임금 30%인상을 두고 "저임금을 현실화하는 것"이라며 "최근 5년간 하청노동자의 실질 임금이 30%가량 하락했으며, 최저임금 수준이라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사측은 노조의 모든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 사내 협력업체는 대략 100여곳으로, 총 1만명이 근무한다. 이중 사태 파업에 동참하는 하청지회 조합원은 120명 정도다. 협상 주체는 각 협력사 노사지만, 노조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을 향한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협력업체가 대우조선으로부터 기성금을 받아 운영되기 때문에 대우조선이 결단해야 임금 인상, 노조 활동 인정 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협력업체 노사문제인 만큼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임금협상 등에 원청이 나서는 것은 하도급법 위반 소지도 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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