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프로그램에서 K-뷰티산업·우크라 인권 문제 거론
바이든 여사에게 "우크라 홀로 가신 용기와 따뜻함에 감동"
친환경 업체 방문 자리에선 "기후위기, 우리 코 앞에 다가와"
조용한 내조 벗고 퍼스트레이디 행보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계기로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 참여국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석한데 이어 평소 관심을 가졌던 미술·기후위기·인권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조용한 내조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퍼스트 레이디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여사는 29일(현지시간) 나토 회의 개최국인 스페인이 마련한 배우자 프로그램 공식일정으로 각국 정상 부인들과 함께 마드리드 근교의 산 일데폰소 궁전과 왕립 유리공장 방문, 소피아 국립미술관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를 만나 "바이든 여사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한국에도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며 "(바이든 여사가) 부군과 함께 가지 않고 홀로 가신 용기와 그 따뜻함에 감동을 받았다"며 자연스럽게 우크라이나 인권 문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꺼냈다. 앞서 바이든 여사는 지난달 루마니아와 슬로바키아를 거쳐 우크라이나 우즈호로드 지역을 직접 방문한 바 있다.
김 여사는 이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의 부인 에르도안 여사와 산 알데폰소 궁전 내 직물 예술품을 감상하면서 "튀르키예가 문명의 발생지로 오랜 역사와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졌고, 직물 관련 예술과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것으로 안다"며 관심을 표했다.
김 여사는 배우자 프로그램 종료 후 단독일정으로 마드리드 시내에 있는 ‘친환경’ 업사이클링 업체 에콜프 매장을 혼자 방문해 간담회도 진행했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지속가능한 패션’ 산업 현황을 청취하고 폐플라스틱, 해양쓰레기 등 폐기물을 활용한 환경 정책 모범 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업체 관계자가 이날 매장에 방문한 김 여사에게 ‘지구에는 차선책이 없다’는 슬로건을 설명하자, 김 여사도 "저 역시 되도록 친환경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려고 한다"며 "기후위기가 우리 코 앞에 다가온 만큼 에콜프의 시각과 공감하는 기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전날인 28일에는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가 주최한 갈라(환영) 만찬에 앞서 따로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에 들러 40여분간 단독 일정을 소화했다. 김 여사는 전시된 퓨전한복, 한국어 수강생을 위한 공예방 등을 둘러본 후 "스페인 안에서 현재 K-컬쳐, K-문화, K-요리가 활성화됐는데, 이 모든 것들은 11년째가 된 한국문화원 분들의 노력으로 이렇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여기 계신 분들이 얼마만큼 우리 한국을 더 홍보하고 알리는 데 자부심을 가지는지 제가 잘 느낄 수 있었다. 노력을 많이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격려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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