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에서 리터당 조 단위 나노 플라스틱 조각 녹아나와"
미세 플라스틱, 병원균 옮기는 매개체 역할하기도
환경·동물 영향 물론 인간에까지 악영향
물티슈·마스크팩·티백 등 일상 용품서도 흔히 검출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최근 뜨거운 음료 용기가 수조 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음료로 방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미세 플라스틱의 악영향에 대한 우려를 다시금 상기시키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지름 100㎚(나노미터, 1㎚는 100만분의 1㎜) 미만의 초미세 플라스틱으로, 세포 내로 침투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인 만큼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연구진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과학저널 ‘환경 과학과 기술’에 발표한 논문에서 "일회용 컵에서 ℓ당 조 단위의 나노플라스틱 조각이 녹아나온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시중에 유통되는 일회용 컵(355㎖)에 각각 22℃의 물과 100℃의 물을 부은 뒤 20분 동안 지켜본 결과 내벽에 코팅된 필름이 녹으면서 22℃의 물에서 ℓ당 2조8000억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100℃에서 ℓ당 5조1000억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확인됐다.
검출된 나노입자의 평균 크기는 30~80㎚로 매우 작은 입자인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렇게 작은 나노입자가 뜨거운 음료를 마시면서 같이 방출돼 세포 안으로 들어가 생체 기능을 교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 결과는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이 건강에 위험할 수 있는 나노입자의 주요 출처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이외에도 육지에 서식하는 세균이나 기생충이 미세 플라스틱을 타고 바다로 이동해 해양 생물들까지 감염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린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비스대(UC데이비스) 수의과학대, 보데가 해양연구소, 네브래스카대 수의대, 캐나다 토론토대 진화생물·생태학과 공동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들을 바다로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해양생태계는 물론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신경정신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기생충 톡소포자충(톡소플라스마 곤디), 호흡장애나 위장염을 일으키는 크립토스포리디움, 설사나 담낭염이 일어나게 하는 지알디아 등 인수공통감염병 원인균과 원형 미세 플라스틱·선형 미세섬유를 분석해 병원체와 바닷물 속 플라스틱의 연관성을 알아봤다.
실험 결과 미세 플라스틱과 미세섬유 모두에 세균이나 기생충 등 육지 병원체가 달라붙을 수 있으며, 알갱이 형태의 미세 플라스틱보다는 미세섬유에 더 잘 달라붙어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플라스틱은 다양한 방식으로 병원체가 해양 생물에 도달하는 것을 쉽게 만든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같은 미세플라스틱이 환경과 동물은 물론 결국 인간에게 심각한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 캐런 샤피로 UC데이비스 교수는 "병원균이 미세 플라스틱을 ‘히치하이킹’해서 도저히 발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곳까지 확산되고 있다"며 "미세 플라스틱은 환경, 야생동물, 인간 모두에게 심각한 피해를 준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3월 인간의 혈액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는 연구 결과가 처음으로 나오기도 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브리예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실험 참가자인 성인 22명 중 50%의 혈액 샘플에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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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플라스틱은 일회용 종이컵 외에도 일상 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물티슈 △마스크팩 △티백 등에서 검출된다. 물티슈는 레이온, 폴리에스테르 등 합성섬유를 압축해 만든 부직포로 물에 녹지 않으며, 재활용되지 않는다. 마스크팩 역시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을 혼합해 만든 플라스틱에 해당한다. 티백에도 다량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최근 캐나다에서 삼각형 티백을 95℃ 물에 5분간 넣어 검출되는 미세 플라스틱을 측정한 결과 116억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확인됐다. 종이 티백 역시 플라스틱을 코팅한 폴리프로필렌 코팅 종이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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