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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바람 막아주니까 살 것 같다" 한파 속 등장한 서울역 '노숙인 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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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인근 광장에 한파 막아줄 주황빛 텐트 설치
"여전히 춥지만 바람이라도 피할 수 있어 다행"
시민들 "텐트 치니 광장 깔끔해져"

[르포]"바람 막아주니까 살 것 같다" 한파 속 등장한 서울역 '노숙인 텐트'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노숙인들이 텐트 안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다. 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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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바람이라도 피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낮아지고, 매서운 칼바람이 강하게 부는 등 한파가 지속하는 29일 오후 서울역 광장 인근에서 만난 안모씨(50)씨는 텐트 안에서 이같이 말했다. 안 씨 뒤로는 노숙 생활에 필요한 옷가지 등 짐이 보였다.


최근 경의·중앙선 서울역 2번 출구와 1호선 서울역 2번 출구 인근에는 35개에 달하는 주황빛 텐트가 설치됐다. 노숙인들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해 한 교회가 기부했고, 텐트에는 이용자 이름이 검은 펜으로 적혔다.


겨울이 지나면 텐트가 언제 철거될지 모르지만, 이날 만난 노숙인들은 한파를 피하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사생활의 보호도 보장받고 있었다. 일부 노숙인들은 텐트 안으로 바람이 뚫고 들어오는지 은박지나 비닐을 텐트에 휘감기도 했다.


[르포]"바람 막아주니까 살 것 같다" 한파 속 등장한 서울역 '노숙인 텐트'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한 노숙인의 텐트 안. 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칼바람을 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 안씨는 노숙 생활을 하기 전 어엿한 노동자였다. 그러나 큰 사고를 당해 직장을 잃었고 결국 거리 위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전복 양식장에서 일하다가 고관절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다. 가족도 없고, 갈 곳도 없어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라며 "서울역에서 생활한 지는 한 달 정도 됐다. 갑자기 추위가 찾아오는 바람에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사실 텐트 쳤다고 엄청나게 좋아진 건 아니고 없는 것보단 나은 정도다"며 "며칠 동안 텐트 안에서 생활해봤는데 너무 추워서 깊은 잠에 들 수가 없다. 옆에 공사도 하고 있어서 하루종일 소음에 스트레스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안씨는 "그래도 텐트 안에 짐을 들여놓고 바람이라도 피할 수 있어 좀 나아졌다"고 덧붙였다.


노숙인들을 위한 텐트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광장을 지나던 시민 A씨(65)는 "텐트라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A씨는 "안 보이는 코로나 걱정보다 몸으로 겪는 추위가 더 무서운데 바람이라도 피할 수 있는 텐트라도 있어 다행이다"며 "서울역에 올 때마다 박스 하나 깔아놓고 누워있는 노숙인들이 안타까웠는데 (텐트 설치) 전보다는 나은 것 같다"고 했다.


서울역 근처에 있는 서울특별시립 다시서기희망지원센터에서 자활 근로를 하는 60대 B씨도 텐트 설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B씨는 "전에는 노숙인들이 센터 앞에 옷가지들이나 짐들을 많이 쌓아놨다"며 "이제는 짐들을 텐트 안에 다 넣어두니까 훨씬 보기 좋고 깔끔해졌다"고 말했다.


[르포]"바람 막아주니까 살 것 같다" 한파 속 등장한 서울역 '노숙인 텐트'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노숙인들이 텐트 안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다. 사진=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다만 텐트만으로는 노숙인들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기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텐트에 난방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닌데 겨울을 나기에는 부족해보인다"며 "안 그래도 노숙인 동사 사고가 해마다 발생하는데 코로나도 겹치다 보니 노숙인들 갈 곳이 더 없어 보인다.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겨울철 노숙인 동사 사고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갑작스럽게 영하로 기온이 떨어졌던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도림천 인근에서 잠자던 60대 노숙인 C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근처 주민센터 직원은 C씨에게 시설 입소를 권유했으나, C씨는 시설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이를 거절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에 겨울철 추위까지 이중고를 겪는 노숙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노숙인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노숙인 주요 밀집 지역에 현장진료센터를 설치하는 등 지역 단위 협력 체계 구축하고, 노숙인의 주거 수요를 반영해 공공임대주택 우선 공급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정신질환 노숙인 등에게는 독립적인 주거를 제공하는 모델을 확산할 계획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4일 제26차 사회보장위원회를 열고 노숙인에 대한 의료, 주거 및 복지서비스 지원 확대 등 지방자치단체의 노숙인 보호책임을 강조하는 '제2차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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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리는 "사회·경제적 위기가 닥칠 때마다 더 큰 충격을 받는 저소득층, 홀몸노인, 노숙인 등에게 더 큰 고통이 다가간다"며 "이럴 때일수록 어려운 여건에서도 시행 가능한 지원사업부터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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