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곽지역 위주 상승폭 둔화
매수세 위축 가격하락 현실화
대출제한·금리인상 영향 직접적
강북 아파트 거래 74% 급감
비규제지역 분양권 웃돈도 뚝뚝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김혜민 기자, 김동표 기자] 올 여름 서울 강북구의 아파트를 매입한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까지 끌어들인 ‘영끌’ 매수였지만 지난달부터 단지 내 매물이 쌓이고 하락 거래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서다. 그는 "대출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연 이자부담이 300만원 늘어난다"며 "집값은 떨어지고 이자 부담만 늘어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서울아파트 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서울 외곽지역의 아파트 매수세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거래량 감소와 가격 하락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돼 있어 젊은 층의 패닉바잉에 따른 매수세가 몰렸던 곳이다. 주택시장 침체 초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외곽지역 거래 위축→급매물 증가→가격 하락 패턴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패닉바잉 멈춘 노도강·금관구 매수세 뚝= 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주(11월29일 기준) 서울 강북구의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0%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첫 주 이후 약 1년 반 만의 보합세다. 도봉(0.07%), 노원(0.08%) 등 나머지 노도강 지역과 관악(0.01%), 금천(0.04%), 구로(0.11%) 등 금관구 지역의 변동률 역시 사실상 보합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특히 노원구의 경우 지난주까지 누적 상승률이 9.59%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을 만큼 매수세가 활발했던 곳이다.
강남(0.15%), 서초(0.17%) 마포(0.15%) 용산(0.23%) 등이 서울 평균 상승률 0.10%를 웃돈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가장 뒤늦게 집값이 오르며 올해 서울 지역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값의 상승세가 먼저 멈추고 있는 것이다. 이들 지역의 경우 대출 의존도가 높은 젊은 층의 주택 구매가 집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대출 규제와 시중 금리 인상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1년 새 거래량 4분의 1토막…급매물만 거래 = 거래절벽도 심각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강북구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3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급감했다. 금천 64건, 노원 152건, 도봉 96건, 관악 106건, 구로 121건 등으로 다른 외곽지역 거래량도 올해 최저 수준이다.
현장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강북구의 A 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본격화한 9월 이후 거래가 꽁꽁 얼어붙었다"며 "지난달에는 성사된 거래가 한 건도 없었을 정도"라고 전했다.
노후 중층 주공아파트의 재건축 추진이 잇따르고 있는 노원구 상계동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시세보다 7000만~8000만원 가격을 낮춘 급매물만 겨우 거래되는 분위기다. 이 지역 B 공인 대표는 "얼마나 떨어졌나 가격을 묻는 문의 전화만 올 뿐 급매 이외에는 거래가 거의 끊겼다"고 말했다.
매수세가 줄면서 매물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3개월(9월2일기준) 전과 비교해 강북구(31.2%), 노원구(27.5%), 도봉구(25.6%), 구로구(24.6%) 등 주로 서울 외곽 지역 아파트의 매물이 20% 이상 급증했다.
◆비규제지역 분양권 웃돈도 뚝뚝= 부동산 규제 강화로 틈새 투자 수요가 몰렸던 수도권 외곽도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분양권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비규제지역인 양평·가평군이 대표적이다. 양평군 주요 단지의 경우 전매제한이 풀리자마자 84㎡(전용면적) 분양권에 웃돈이 1억원씩 붙었었지만 지금은 6000만원선까지 떨어진 상태다. 양평군 C 공인 대표는 "10월까지만 해도 호가가 계속 올랐지만 최근에는 수요가 줄면서 거래가 끊기고 매물이 쌓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새 양평군의 매물은 147.6% 증가하며 경기도 전체에서 매물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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