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상위 모바일게임 순위 지각변동
지난해 MMORPG 상위 20개 중 7개
3년 전만 해도 14개, 절반으로 줄어
짧고 간결한 콘텐츠 선호
평화롭고 쉬운 게임원해
방치형·운빨 게임이 인기 끌어
경쟁자들과 오랜 시간 싸우고 캐릭터의 힘을 키우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스마트폰에서 해가 갈수록 힘을 못 쓰고 있다. 대신 시간 날 때 잠깐씩 봐주기만 해도 캐릭터가 알아서 크는 '방치형 게임'이나 강화·육성 같은 지루한 과정 없이 운에 따라 진행되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14일 미래에셋증권의 '인공지능(AI), 도파민 시대의 투자법' 보고서를 보면 국내 상위 20위(연매출 기준) 모바일게임 중 MMORPG는 2021년만 해도 14개였다. 그런데 2022년에는 12개, 2023년에는 10개로 줄더니 지난해는 7개까지 감소했다. '리니지M·2M·W' 같은 엔씨소프트 리니지 시리즈와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정도만 상위권 자리를 지켰을 뿐이다. 넷마블의 '세븐나이츠'나 4399 코리아의 '기적의 검'처럼 3년 전만 해도 상위권에 있었던 MMORPG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같은 기간 게임 업계가 MMORPG로 얻는 수익도 반토막 났다. 국내 상위 20개 모바일게임 매출 중 MMORPG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에는 81%에 달했다. 금액으로 보면 약 23억달러(약 3조2816억원)의 매출을 MMORPG로 거둔 것이다. 하지만 3년 만에 MMORPG 매출 비중이 39%(약 9억달러·1조2841억원)로 크게 떨어졌다.
해가 갈수록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MMORPG가 외면받는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이 짧고 간결한 콘텐츠를 선호하기 시작한 데다 일상에 지친 이용자들이 평화롭고 쉬운 게임을 원하는 것도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20위권에서 빠진 MMORPG의 자리를 버섯이 적을 물리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버섯커 키우기'(중국 조이 나이스 게임즈)와 자동 전투로 영웅을 키우는 '세븐나이츠 키우기'(넷마블)가 꿰찬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캐릭터 키우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치형 게임이 유행하는 중"이라며 "특별한 조작 없이도 자동으로 레벨이 오르거나 재화가 증가한다"고 했다. 20년 가까이 쏟아지던 '리니지라이크(리니지류)' MMORPG에 질린 이용자들이 신선한 게임 장르를 찾아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출시한 뒤 상위권을 유지하는 '운빨존많겜'(111퍼센트)은 캐릭터를 소환해 적의 공격을 방어하는 디펜스형 게임이다. 이용자의 운에 따라 강력한 캐릭터를 얻는다는 점이 재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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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숏폼(짧은 동영상)'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이 MMORPG에 오래 집중을 못하는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용자들은 이전처럼 방대한 세계관과 복잡한 조작이 필요한 MMORPG에 1시간 이상 접속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MMORPG 특성상 다른 이들과 긴밀한 관계를 쌓아야 하는 것도 기피 사유"라고 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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