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검은색 마스카라 금지', 남직원 '헤어스타일 이마 보이게'
"조선시대냐" vs "이 정도는 예절" 의견 엇갈려
전문가 "지나친 복장 규제, 선택 자유 침해"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경기도 안산의 한 병원에서 '치마 길이는 무릎 아래 10cm 이상' '검은색 마스카라 금지' 등 직원들에게 과도한 복장 규정을 강요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본 시민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시대착오적인 규정이라는 지적이 있는 반면, 직장에서 이 정도의 복장 예절은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전문가는 회사 이미지 제고를 위한 복장 규율 등은 일반적인 상식에서 허용되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2일 페이스북 계정 '간호사 대나무숲'에는 "곧 2022년도인데 쌍팔년도 시절 행동을 하는 병원이 있다"는 글과 함께 이 병원의 '근태 및 복장 주의사항' 안내문이 올라왔다. 안내문에는 근무 중 주의사항, 근무환경 정리정돈, 출퇴근 복장(바지, 치마, 신발) 등에 관한 규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규정은 직장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항목도 있었지만, 일부는 다소 과한 측면도 있었다. 안내문에는 바지의 경우 '청바지·백바지·레깅스·고무줄 바지'는 금지하며, '정장 스타일 바지'만 허용한다고 적혀 있다. 또 치마의 경우 '길이는 무릎 아래 10cm 이상. 앉았을 때 무릎 보이지 않게'라고 규정했다.
헤어스타일은 여자직원의 경우 긴 머리, 묶음 머리는 머리망을 사용하고, 남자직원은 이마를 보여야 한다고 적혀 있다. 그렇지 않았을 때는 두건을 사용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여기에서 여자직원 부분엔 '팀 실장 예외'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이 밖에도 '눈화장은 너무 화려하지 않게' '검은색·금색 마스카라 금지' '네일아트 길게 하는 것 금지' '발가락 보이는 슬리퍼 금지' 등의 규정이 있고, 근무 중 주의사항으로는 '다리 꼬지 않기' '휴대전화 하지 않기' '카디건 의자에 걸지 않기' 등의 내용도 담겼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시대착오적인 규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게시물에는 "꼰대 냄새가 난다" "저런 곳은 애초에 가면 안 된다" "조선시대 아니냐" 등 대체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24년 차 간호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후배들에게 부끄럽다. 세상 흐름에 앞장은 못 서도 제발 따라는 가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 정도 복장 예절은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구체적으로 명시해서 그렇지 대부분 저 정도 규정은 지키지 않나"라며 "직장에서 레깅스나 짧은 치마를 입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은 회사의 복장제한 규정에 답답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인'이 지난 2019년 직장인 17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9.6%가 '회사 복장제한 규정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복장제한이 있는 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중 54%가 '이로 인해 불편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 78.7%는 회사의 복장 자유화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복장 자율화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직장인들(375명)은 그 이유로 '업무 공간에서의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57.1%), '부적절한 복장 착용자가 생길 수 있어서'(42.1%), '업무 특성상 격식을 차려야 해서'(19.5%), '기강이 해이해질 것 같아서'(16.3%) 등을 들었다.
복장 규정 안내문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요즘 일부 직원들이 과도하게 머리를 기르거나 큰 액세서리를 하는 일이 많았다. 환자를 대면해야 하는 직종이기 때문에 되도록 단정한 차림을 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였다"라며 "안내문에 나온 '출퇴근 복장'은 잘못 기재된 것이고 '근무 중 복장'이 맞다. 출퇴근 복장은 어떻게 입어도 괜찮다. 다만 근무 중 청바지나 짧은 치마 등은 자제해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합리적 이유 없는 지나친 복장 규제는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신 노무사(소나무노동법률사무소)는 "회사 이미지 제고를 위한 복장 규율은 일반적인 상식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라며 "병원 안내문의 경우 레깅스 외 다른 복장에 대한 제재는 불필요해 보이며, 발가락이 보이지 않는 슬리퍼를 신어야 한다는 규정도 지나친 면이 있다. 또 팀 실장은 예외로 두는 조항은 다른 직원들에 대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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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사내 복장규정을 두는 것을 특별히 법으로 제재하고 있지는 않다. 지나친 복장규제에 대한 이의제기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제출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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